[연재_울산, 소설이 되다Ⅲ] 태화나루 명예살인 사건(13)
"배에 남겨진 물건들이 왜 그 자리에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돈이 든 보자기와 가체, 옷감과 버선은 모두 여인이 평소 사용하는 물건들이다. 그것은 자살하려는 자의 것일 수 있다. 네 말대로 신고 있던 버선도 남겨 두었으니까. 자살 사건을 보면 죽는 이가 무언가 흔적을 남기고자 함은 본능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런 예는 많이 보았다. 그런데 그 버선 말이다. 그 버선은 진부의 말에 의하면 가장 아래에 놓여있었다고 했다. 맨 위에 파란 보자기, 그 아래 가체와 모시 베, 그 아래에 그 낡은 버선이 있었다고 증언하였다. 죽으려는 자가 자기의 유품을 고이 챙겨놓았다고 하기엔 너무나 이상하지 않은가. 죽음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더군다나 흔들리는 배 안에서 그토록 조신하게 순서대로 정리했다는 게 믿어지느냐? 너는 그 상황을 모두 보았을 것인데, 즉 오빠에게 '나는 이제 죽소'라고 말하며 가지런히 물건들을 정리하고 맨 아래 버선을 넣어두었다고 하면 이것이 이치에 맞겠느냐? 나는 사건 소식을 듣고 행여 물에 빠진 사람과 함께 빠진 물건은 없는지, 혹은 버려진 물건은 없는지 수색해 보라 하였다. 여기 포졸 앞에 놓여 있는 것들이 병영성 수병과 포졸들이 강 하구에서 건져낸 것들이다."
나는 내게서 세 걸음 정도 떨어져 서 있는 포졸의 발아래 놓여있는 꾸러미를 가리켰다.
"물론 사건과 관계될 만한 물건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찢어진 종이조각은 예외로 하겠다. 너는 자수하여 관아로 온 이후 걸핏하면 파란 보자기를 잘 살펴봐 달라 말했다. 나는 보자기 속에 돈 말고는 찾은 것이 없었고 그래서 네게 뭘 잘 살펴봐 달라는지 물었다. 그런데 너는 그에 대해서는 아무 답도 없이 그저 잘 살펴달라는 말만 하였다. 네게는 오히려 너의 집착이 단서가 되었다. 여인이 자살했을 리 없는 것은 처음부터 진부의 증언으로 알고 있었다. 너는 자백하지 않고 동생이 자살하였으며 남겨진 물건들이 자살을 증언하는 유품이라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방금 말한 바와 같이 벗어놓은 버선은 급박한 상황에 자살한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으로는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다른 물건들은 또 무엇을 말하는가? 그 물건들은 결과적으로 애초에 죽은 네 동생이 가져온 것이 아니었다. 배에 남겨진 모든 물건은 바로 네가 가져온 것이다!"
나는 가족의 무리가 동요하는 것을 보았다.
"시간이 다가오자 너는 동생에게 가문의 명예를 위해 자결할 것을 종용했다. 자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 특히 음탕하고 간통한 사실들이 세상에 알려졌다 말하였을 것이다. 비로소 배를 탄 이유도 쉽게 자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음을 이제 동생도 알게 되었다. 유품으로 남겨질 것들도 가져왔다 말하며 품속에서 꺼내 내려놓았으니, 동생은 놀랐을 것이다. 동생은 오빠의 말에 충격을 받고 급히 모면할 생각을 하였다. 왜냐하면 너와 가족들이 증언하듯이 성격이 모질고 강인한 사람이다. 자살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란 뜻이다. 너는 죽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껏 네가 잘 살펴봐 달라고 말했던 그것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유서였다. 네가 대신 써 온 유서! 그것을 보여주며 파란 보자기를 풀어 그 속에 넣으려 했다. 동생은 네게 다가가 그 종이를 빼앗았다. 서툰 한글로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아채고 진실로 오빠가 자신을 죽일 것을 똑똑히 알게 되었다. 너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동생의 손에서 유서를 도로 빼앗으려 하면서 동시에 야수의 손으로 동생을 밀어버렸다. 너는 망설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너뿐만 아니라 네가 알고 있는 가족과 친지들 모두가 동생이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견성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조그맣게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눈알을 굴렸다. (계속)
#작가 소개 : 이호상 소설가
2014 『울산문학』 신인상으로 작품홀동을 시작했고, 2019 소설집 『젊은 날의 우화』를 냈다. 울산소설가협회, 한국소설가협회, 울산문인협회 회원이다. 이 작품은 다산 정약용의 부친 정재원(1730~1792)이 울산부사로 재임하던 1790년 실제 일어난 사건을 소설로 되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