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111일 장고··· 만장일치··· 불복 논리 원천 차단

5쪽 분량 긴 결론···‘헌법 정신’ 강조 윤 전 대통령 측 주장 조목조목 반박

2025-04-06     백주희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지난 4일 파면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1시 22분께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탄핵심판 선고 주문을 읽었다. 파면의 효력은 즉시 발생해 이를 기점으로 윤 대통령은 직위를 잃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은 정계선, 문형배,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정정미 헌법재판관, 윤 대통령, 이미선, 김형두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 선고를 내리면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 분열의 불씨를 원천 차단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뒤 111일이라는 장고 끝에 나온 선고인 만큼 헌재가 신중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헌재가 선고 기일을 좀처럼 정하지 못하면서 파면 요건인 '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를 채우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 등이 제기됐지만, 지난 4일 헌재 재판관 8인은 만장일치로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결정했다.

특히 재판관들은 이번 사건 결정문이 일상적인 판결문이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 불복 빌미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탄핵심판 결정문의 결론이 3~4줄에 그친 것과는 달리 헌재는 이례적으로 5쪽 분량의 긴 결론을 통해 한국 사회가 되새겨야 할 '헌법 정신'을 강조했다.

재판관들은 전원일치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기로 합의를 마친 뒤 당초 결정문을 썼다가 결론 부분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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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대목은 결론의 도입부를 여는 문구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이는 헌법 제1조 제1항의 문장이다.

헌재는 네 단계로 논리를 전개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야당의 예산 삭감과 이례적으로 많은 탄핵 탓에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돼 가고 있다는 인식'을 가졌을 수 있으나, 그 책임 소재를 일방으로 한정하기 어려우며 문제 해결 역시 민주주의 원리의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목적을 '국회와의 대립을 병력을 동원해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하고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범위를 초월해 국민 전체에 대해 봉사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파면이 마땅하다는 게 헌재의 결론이다.

마지막 문장도 주목할 만하다. 헌재는 "헌법과 법률을 위배해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며 결론을 마무리했다.

말미에 쓰인 '대한국민'이라는 표현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으로 시작하는 헌법 전문에서 가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표현이 아니라 어색하다는 의견도 제기됐으나, 결국 헌재는 헌법 전문 표현을 그대로 갖다 쓰기로 결정했다.

혼란과 분열이 극심한 때일수록 사회의 근간인 헌법 정신으로 돌아가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재판관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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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윤 전 대통령은 6일 현재까지 헌재의 파면 선고에 공식적으로 승복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그는 자신의 지지 단체인 '국민변호인단' 앞으로 "청년 여러분께서 용기를 잃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며 "저는 대통령직에서는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윤 전 대통령은 "청년 여러분, 이 나라와 미래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이다. 오늘의 현실이 힘들어도 결코 좌절하지 마십시오.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십시오"라며 "나라의 엄중한 위기 상황을 깨닫고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헌재 선고 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많이 부족한 저를 지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당 지도부를 향해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데 이어 5일에는 나경원 의원과 차담을 하며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격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주희 기자 qorwngml013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