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영의 경주남산 답사기] 전설이 깃든 서라벌 암산
[5] 남산의 바위들 (상) ‘큰 바위 위에 또 하나의 바위 ‘남산부석’ 경주팔괴 중 하나 ‘백성 천명 구한 일천바위도
경주의 옛 이름은 ‘서라벌(徐羅伐)’ 또는 ‘새벌’이라 불렸다. 새벌은 동이 터서 솟아오른 해가 가장 먼저 비춰주는 광명의 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아침 햇살이 새벌을 비추고 따스한 햇살이 사계절의 변화가 아름다우며 온갖 곡식과 열매가 풍성해 언제나 복된 웃음으로 가득 한 평화로운 땅이었다.
이 평화로운 새벌에 두 신(神)이 찾아왔다. 한 신은 검붉은 얼굴에 강한 근육의 남신(男神)이었고, 또 한 신은 갸름한 얼굴에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웃음이 예쁜 아름다운 여신(女神)이었다.
두 신은 아름답고 기름진 새벌의 경치를 둘러보고 "야! 우리가 살 땅은 바로 이 곳이로구나!" 하고 외쳤는데, 이 소리가 너무나 우렁차 들판이 진동했다.
마침 시냇가에서 빨래를 하던 한 처녀가 두 신을 보게 됐다. 깜짝 놀란 처녀는 외침이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산처럼 거대한 신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처녀는 너무나 놀라 "저기 산 같은 큰 사람 봐라!"라고 외쳐야 했으나, 당황한 나머지 급하게 말이 엉켜버렸다. "산 봐라!" 하는 말을 남기고 처녀는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갑자기 발아래에서 들려오는 외마디 소리에 두신도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발걸음을 멈췄는데, 웬일인지 다시는 발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처녀의 외침으로 두 신은 그 자리에서 굳어 큰 산이 됐는데 소원대로 이곳 아름답고 기름진 새벌에서 영원히 살게 된 것이다.
남신은 장엄한 남산(南山)이 됐고, 여신은 남산 서쪽에 아담하게 솟아오른 망산(望山)이 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전설에서 알 수 있듯, 남산의 바위들은 각기 기이하고 신비로운 형태를 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바위마다 전설과 이야기가 깃들어 있으며,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신비로운 감동을 주고 있다.
# 남산 부석(南山 浮石)
남산부석은 경주 남산(南山)의 금오봉(金鰲峰) 동쪽 사면 국사골 상부에 있는 바위이다. 마치 바위가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여 부석(浮石)이라고 부르며, 버선을 거꾸로 세워놓은 것 같다 해 버선바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바위의 형태는 큰 바위 위에 또 한 개의 바위가 앉혀 있다. 실을 넣어 당겨보면 바위가 공중에 뜬 채로 있기 때문에 실이 빠져 나온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신비롭다. 그래서인지 경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상징하는 경주팔괴(慶州八怪)의 하나로 전해져 온다.
<경주팔괴 : 8가지 괴상한 풍경(계림황엽,금장낙안,나원백탑,남산부석,문천도사,백률송순,불국영지,압지부평)>
# 남산 국사골 고깔바위
고깔바위(帽子巖)는 남산 전망대에서 동남쪽으로 500m 떨어진 지점(해발 320m)의 능선에 위치하고 있다. 국사골 삼층석탑에서 소로를 따라 올라가면 높이가 약 11m에 이르는 거대한 바위 위에 마치 고깔을 쓴 듯한 형상의 바위가 남동향으로 놓여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서쪽으로는 상사바위, 서남쪽으로 남산부석이 한 눈에 들어온다.
# 남산 마왕바위(일천바위)
마왕바위는 화랑교육원 뒤 철와골의 발원지 6부 능선에 있다. 마왕바위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옛날 서라벌이 생기기 이전 남산의 동쪽에 배부남(排府南)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어느 날 이 마을에 갑자기 마왕이 찾아와 난동을 부리자 일천 명의 백성들이 이곳으로 피했는데, 때마침 홍수가 나 마왕은 떠내려가고 백성들은 무사했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다. 1,000명의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해 일천바위라고도 불린다.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이야기도 전해진다. 옛날, 이 지역에 큰 홍수가 나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다. 그러나 이 바위가 있는 봉우리만이 유일하게 물에 잠기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은 급히 바위 위로 올라 목숨을 부지했다. 그때 살아남은 사람이 1,000명 정도였다고 해, 바위를 일천바위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진희영 산악인·기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