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이상 승용차 소화기 의무···없어도 정기검사 무사 통과
지난해 12월 ‘의무 비치’ 법 개정 처벌 규정·강제성 없어 유명무실 기존 등록 차량엔 소급적용 안 해 울산 매년 차량 화재 100건 육박 초기 진화 중요···선택 아닌 ‘필수’
5인승 이상 승용차에 소화기를 의무 비치하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과태료 부과 등 강제 수단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에서는 매년 100건에 가까운 차량화재가 발생하고 있고, 화재에 취약한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위험성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8일 찾은 울산 남구의 한 민간자동차검사소. 현재 차량용 소화기 비치 여부는 자동차 정기 검사 시 확인되고 있다. 이곳은 하루 약 40대의 차량이 정기검사를 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5인승 차량이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혹 소화기를 갖춘 차량도 대부분 사용 기간이 만료된 제품이었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 이후 제작·수입돼 판매되거나 소유권이 이전된 5인승 이상 차량은 차량용 소화기를 비치해야 한다. 다만 이전 구매·등록된 차량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자동차검사소 관계자는 "소화기 비치 대상 차량이 정기검사를 받을 경우 모니터에 안내 문구가 뜬다. 작년에 법이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 정기검사를 받은 대상 차 중에 실제로 소화기가 비치된 차는 몇 대 없었다. 10대 중에 1대가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동차검사소를 방문한 한 시민은 차량용 소화기 비치 의무화에 대해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양재호(62)씨는 "차에 소화기를 둬야 하도록 법이 개정됐는지 아예 몰랐다. 소화기가 트렁크에 있는 줄 알았는데, 확인해 보니 없다. 내 차는 의무 비치 대상 차량은 아니지만 차에 소화기 한 개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로에서 불나면 답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기검사에서 의무 대상차량이 소화기가 없어도 검사가 통과되거나 과태료 부과까지 이어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자동차검사소 관계자는 "소화기가 없더라도 법 개정 안내만 드리고 검사를 통과시킨다. 우리가 과태료 등을 부과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비교적 더 엄격하게 검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가자동차검사소도 마찬가지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울산자동차검사소 관계자는 "차량 정기검사 같은 경우 의무 대상 차량이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아도 시정권고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다만 튜닝, 연장 등의 검사에서는 차량에 맞는 능력단위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으면 부적합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화재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전기차 등 보급 확대로 그 위험성이 더 커지고 있다.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울산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 건수는 2021년 95건, 2022년 93건, 2023년 98건, 2024년 97건으로 나타났다. 화재로 인해 3명이 사망했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중고차매매단지, 차량등록사업소 등에 차량용 소화기 설치 의무 확대를 홍보하고 있다. 차량화재는 초기 진화가 중요한 만큼 소화기 비치는 필수다. 소화기는 본체 용기 표면에 '자동차 겸용'이라고 표시된 제품을 구입하면 되고, 5인승 승용차의 경우 0.7㎏ 소화기 1개를 비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현욱 기자 betterment00@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