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스마트폰과 책

경쾌한 터치 한번에 세상 모든 정보 한눈에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얻는 지식…기억력 뚝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의 힘 독서로 얻자

2025-04-17     조정숙 시인
조정숙 시인

  다들 무엇을 그렇게 보는 것일까?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의 모습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뉴스를 검색하기도 하고 지인과 메세지를 주고받을 수도 있고 유튜브를 보기도 하고 카페에 들어가 정보를 공유하기도 할 것이다. 모두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뉴스 시간이 돼야 그날 일어난 소식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지역이나 해외에서 생긴 일도 금방 알 수 있다. 상황들이 눈 깜짝할 새에 퍼진다. 스마트폰은 세상 그 어디에 있는 것이라도 간단한 터치 하나만으로 많은 것을 눈앞에 늘어놓는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것은 경쾌하고 빠른 스마트함에 있다. 

  우리는 변화가 빠른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빨리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인터넷 검색 순위는 계속 바뀌고, 연예인이나 정치인, 인기인이 아니라도 스타가 될 수 있다. 아무나 유명해질 수 있고 유명인은 많지만 관심은 오래가지 않고 사라진다. 

 언론사의 수도 셀 수 없이 많다. 케이블 방송, 종편을 비롯하여 유튜브, 개인 채널까지 생기다 보니 볼 게 너무나 많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생활들까지 보게 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중요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도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자주한다. 습관처럼 열어 볼 때도 있고, 자료를 공유하기도 하고 카페에 올린 글을 고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글을 보기도 한다. 검색 순위나 사소한 사건은 기억에 남지 않고 내 눈을 잠시 스쳐 갈 뿐이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지식를 얻는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는 아는 사람을 찾아가 물어보거나 책을 찾아봐야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에서 검색을 하고 쉽게 정보를 찾는 현대인은 과연 똑똑할까? 아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가족 간의 전화번호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이 작은 기계에 의존해서 기억력이 낮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소통하고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활력, 공감, 위로를 얻는 시간이 적다 보니 개인적이 돼 간다. 댓글 창을 보면 칭찬보다는 악의적인 글이 많아 상처를 입고 힘들어한다. 이런 글을 보면 우울해지고 세상이 살만한 곳으로 보이지 않는다. '호모 사피엔스'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는 스마트폰에서 보는 빠른 정보와 지식도 중요하지만 지혜도 필요하다. 이 지혜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나를 돌아보게 하고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깨닫게 해준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서 본 글이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이런 문장을 읽고 난 뒤에는 무심히 바라보던 산수유를 다시 보게 된다. 시선이 달라지고 삶이 풍요로워진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의 말이나 김훈의 이런 문장은 나에게 있어 어떤 인맥과 스펙보다 더 큰 힘이 돼 준다. 

  책을 읽다 보면 나와 시간을 정지시킬 수 있고 책 속 한 문장에 매료될 때가 있다. 내가 막연히 생각하던 것을 멋진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작가들이 많다. 그런 문장들을 만날 때, 나는 그 문장을 몇 번씩 읽으며 생각한다. '이런 표현도 있구나!' 하면서 감탄을 한다. 책에다 밑줄을 그어 놓고 때론 따로 공책에 적어둔다.

  소설 속에서는 나보다 더 힘들게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있고, 철학책 속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화두로 짊어지고 씨름하는 철학자가 있다. 수필집 속에서는 다양한 삶이 나의 스승이고, 시집은 내가 살아가는 데 오아시스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보석 같은 문장을 아로새기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숨겨진 진실을 찾는 기쁨, 이런 기쁨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행복이다.

  유명 작가들이 좋은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원고지를 수백 장까지 쓰는 사람도 있고, 조사 하나를 두고 수없이 고심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쓴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지만 한 달에 한 권이라도 밑줄을 그으며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조정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