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더 멀리] 보호 사각지대 놓인 울산 외국인 근로자

정보부족·절차 몰라 실질적 보호 어려워 정보 접근성 강화 등 근본대책 마련해야

2025-04-28     강정원 기자
샐리 시민기자·울산광역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 인도네시아 상담원.

#"승인 받았지만···외국인 근로자는 그 다음을 몰랐다"
인도네시아 출신의 제조업 근로자 A 씨는 지난해 9월, 그라인더 작업 도중 손목 부상을 입었다. 근로복지공단의 요양급여 승인을 받았지만, 이후 급여 수령을 위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회사에 문의했지만 "신청했어요. 그 이후 조회는 회사에서 조회가 안됩니다"라는 말만 들었고, 그는 5개월 넘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울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를 찾은 A씨는 센터의 통역과 행정 지원을 통해 공단에 재확인을 요청했고, 2주 후 요양급여가 자신의 계좌로 입금됐다. 단순한 행정 절차였지만, 언어와 정보의 장벽은 A씨에게는 너무도 높은 벽이었다.

# "사장에게 맞았다"···그러나 보호는 없었다"
인도네시아 출신의 선원 B 씨는 사장과 단둘이 일하는 구조 속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울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를 찾아 도움을 요청한 뒤, 노동청에 신고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증거가 있어야 조치가 가능하다"라는 원칙적인 설명뿐이었다. 폐쇄적이고 고립된 작업 환경에서는 물증이나 목격자를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했다. B 씨는 고용허가제에 따라 이미 두 차례 이직한 상태였고, 남은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결국 그는 폭행의 재발을 우려해, 노동청의 보호 조치 대신 사측과의 합의를 통해 자발적인 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보호받기 어려운 제도의 한계 속에서 '스스로 피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였던 셈이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A 씨와 B 씨(가명)의 사례는 산업재해나 직장 내 폭력 피해를 입고도 보호받기 어려운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제는 단순한 사고나 폭행 발생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 적절한 절차 안내나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다.

두 사례는 공통적으로, 관련 제도는 존재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낸다. 언어 장벽, 정보 부족, 행정 시스템에 대한 낮은 이해도는 피해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노동인권 전문가들은 "산재나 폭행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절차를 몰라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기관의 외국어 안내 확대와 행정지원 시스템 보완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한다.

특히 "증거 없이는 보호도 어려운 현재의 구조는, 고립된 환경에서 일하는 외국인에게 사실상 무방비 상태를 강요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제도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질적인 정보 접근성과 실행 지원이 병행되어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A 씨와 B 씨의 사례는 외국인 노동자 보호 정책이 여전히 보완이 필요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울산외국인주민지원센터는 제도와 현실 사이에서 고립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통역, 민원, 권리구제 지원 등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며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제도의 문턱 앞에서 멈춰 선 외국인 주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그 한 걸음이 더 넓은 보호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법무부 출입국사무소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울산에 거주하는 인도네시아 국적자는 약 1,554명으로, 전년 대비 195명 증가하는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은 조선업, 제조업, 선원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체구가 작고 민첩하다는 이유로 고공 작업, 용접, 그라인더 작업, 좁은 공간의 스크류 설치 등 고위험 작업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샐리 시민기자= 울산광역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 인도네시아 상담원 

*본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