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위험' 방어진국민아파트, 이주 해법 안보인다
"집 사라지고 철거 비용도 부담" 7세대 16명 생계 이유 이주 거부 지자체 강제퇴거 명령도 아랑곳 재건축 놓고도 주민간 이견차도
최대 27㎝ 기울어 붕괴 위험에 놓인 울산 동구 방어진국민아파트의 이주 해법이 2년 넘게 나오지 않고 있다.
행정당국이 지난해부터 수차례에 걸쳐 강제 퇴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강하게 거부하면서 시간만 흐르고 있는 상황으로,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2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밀안전진단 최하위 'E등급'으로 안전 문제가 불거진 방어진국민아파트에 현재 남은 주민 7세대 16명이 생계를 이유로 이주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총 50세대 가운데 43세대는 이주를 완료한 상태다.
이주를 거부하고 있는 한 주민은 "우리도 무너지는 건물에서 살고 싶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당장 철거하면 우리의 집이 없어지게 되고, 수억원이 들어가는 철거비용도 우리가 내야 해 빚더미에 앉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심리를 이용해 일부 주민에게 불명확한 신분의 업자들이 접근하는 정황도 파악됐다.
예를 들어 "건물을 20억원에 사들일 테니 조금만 버텨달라"거나, "사람들을 조금만 모으면 건물을 재건립할 수 있다"라는 식이다.
"지자체의 도움은 어려우니 민간업체에 재건축을 맡겨야 한다"는 주민들이 있는 반면, "재건축을 하는데 필요한 돈도 없다"는 등 입주민들 의견도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중순께 동구는 긴급조치 행정명령 촉구(1차) 공문을 시작으로 수차례 강제 퇴거일을 알렸다. 최초 작년 8월 15일까지였던 강제 퇴거일은 작년 12월로, 그리고 올해 말까지로 '최후의 연장'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만약 정당한 업체를 선정해 재건축을 한다고 해도, 지정에만 최소 10년이 걸린다는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즉 당장의 대책으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동구 역시 올해도 현실적인 이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지만, 주민들의 주거권 사이에서 강제 이주를 강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7세대 중 1세대는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나머지 세대는 '절대 나갈 수 없다'며 강경하다. 때문에 국토교통부 등 여러 정부 대책을 찾아봤지만,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라고 난처한 입장을 전했다.
동구는 이 아파트의 붕괴 현실화 위험 1순위로 지진을 꼽고 있다. 아파트 지하 침반과 균열이 있는 상태에서 건물이 좌-우로 흔들리면 붕괴 위험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9년 전인 2016년에 '5.0 규모'의 강 지진이 발생한 적 있는 동구에서 또 한번 '해역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1983년에 준공된 방어진국민아파트는 건축물 내력 상실과 침하를 이유로 지난 2022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2023년에는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1년 새 등급이 낮아지는 것이 확인될 정도로 붕괴의 위험이 있다는 얘긴데, '2023년 정밀안전진단 계측자료'에 따르면 방어진국민아파트는 남쪽으로 최소 3㎝~최대 27㎝가 기울어져 있다. 실측지표는 모두 13개 지점이다.
동구는 아파트 붕괴 우려로 올해 초부터 신규 계측관리장비인 게이지(EL-Beam·균열폭 측정기)를 도입해 지표 4곳을 현장 관리·전담하고 있다. 현재 아파트 측면엔 '구조안전 위험시설물 알림' 표지판이 부착돼 있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