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투자공부 같이 해요"···딥페이크로 120억 투자 사기
울산경찰, 10명 구속·45명 검거 조직 총책 30대 부부 곧 국내 송환 30대 여성 가상인물 만들어 장애인·주부·중기 대표·노인 대상 SNS 데이팅 앱 접근···투자 유도 1인당 200만원~8억여원 피해
#"오빠, 우리 아버지 아는 분이 미국 유명 투자회사 펀드매니저로 일하고 계시거든. 요즘 유튜브로 투자 잘하는 방법을 강의하시더라고. 사실 나 이렇게 공부해서 수익률 200% 넘었다. 오빠도 관심 있으면 같이 투자 공부 해볼래?"
30대 A 씨는 데이팅앱에서 알게 된 B 씨의 말에 유튜브로 강의를 들었다. 펀드매니저라고 소개한 C 씨는 방송 중 시간과 투자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위탁거래를 한다고 소개했다. 투자금을 입금해주면 알아서 돈을 굴려주고 수익금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A 씨는 B 의 말과 C 씨의 투자분석 강의에 믿음을 가지고 500만원을 투자했다. A 씨의 거래 통장에 돈은 쌓여갔는데 출금하려하면 수수료 30% 이야기가 나왔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수료가 적어지니 그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투자금을 더 넣으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단 말에 수천만원을 투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B 씨는 연락을 피했다. A 씨는 두 달여 지나고 나서야 자신이 사기를 당한 것을 깨달았다.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로맨스스캠으로 알게된 사람들에게 투자를 권유해 120억 원을 가로챈 혐의(범죄단체조직, 가입, 활동 및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45명을 검거하고 주범 등 10명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조직의 총책이자 부부인 30대 2명은 캄보디아에 구금된 상태로 곧 국내로 송환될 계획이다. 울산경찰은 나머지 조직원 20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쫓고 있다.
이들은 SNS에 올려져 있는 일반인의 사진을 확보해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가상 인물인 34세 여성 B 씨를 내세웠다. 10명이 넘는 대화자들이 B 씨인 척 하며 상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대화자들의 목표는 10일 이내에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방이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 대화자들은 실수하지 않기 위해 상대방과의 대화 특이사항을 메모해 놓으며 공유하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상대가 영상통화를 요구할 때에는 딥페이크 인물을 만들어 영상통화에 응했고, 여성 상담원을 내세워 통화에 활용해 상대방을 완전히 속였다. 이후 피해자들은 B 씨가 제안한 유튜브 채널에 접속했고, 해박한 지식을 앞세운 사기꾼의 말에 현혹돼 투자 유혹에 이끌려 적게는 200만원, 많게는 8억 8,000만원을 투자해 모두 날린 상황이다.
경찰은 이 일당이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100여명을 상대로 120억원을 가로채 가상화폐나 상품권 매매 등으로 현금화했다고 보고있다. 피해자는 장애인, 중소기업 사장, 주부, 노인 등 다양했다.
경찰은 이 범죄조직이 한국인 총책, 비자와 월급을 관리하는 인사팀, 유튜브 조회 수를 조작하는 화력팀, 피해자와 직접 대화하는 대화자, 피해자와 영상통화하는 상담원, 특수팀 등으로 철저히 분업화 세분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억 원을 날렸다는 한 피해자는 "사기를 당한 후 말할 수 없을 만큼의 큰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주변 피해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파산 신청한 집도 많고 빚을 갚을 여력이 없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하는 피해자들도 많다"라며 "총책이 캄보디아에 붙잡혀 있는데 언제 도망 갈지 몰라 불안하다. 하루빨리 한국으로 와서 죗값을 치렀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과거 로맨스스캠과 다른 점은 AI기술을 활용한 가짜 인물을 앞세워 사기 범죄에 활용됐다는 점이다. 영상통화를 할 때 남의 얼굴을 이용하고, 목소리조차 허위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붙잡힌 조직의 조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윗선에서 비싼 돈을 주고 딥페이크 기술을 사왔다. 그래서 가상인물이라는 의심을 전혀 안받았다"라고 밝혔다.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모르는 사람이 SNS로 접근해서 '투자 공부하자' 등의 이야기를 꺼내면 100% 사기라고 봐야 한다. 모르는 사람이 투자를 권유할 때엔 꼭 의심해야 사기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상대가 지나치게 호감이거나 매력적인 외모를 지녔다면 더더욱 사기를 의심해 봐야 한다"라며 "로맨스스캠 범죄 조직 탕진에 수사력을 집중해 모든 관련자들을 잡아들이고 재판에 넘겨지기 전 범죄수익금을 몰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