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으로 본사 이전' 카프로, 수소 사업으로 ‘제2 전성기’

[국내 최대 ‘수소출하센터’ 오늘 준공] 효성·코오롱 지분 매각에 워크아웃 작년 5월 태화그룹이 인수 은행원 출신 박성명 대표 카프로 살리기에 올인 유화산업 가동률 떨어지면서 부생수소도 덩달아 줄어 거래·협업 희망업체 줄지어 찾아 탄산암모늄 생산도 본격화

2025-04-30     조혜정 기자
울산 석유화학공단 내 ㈜카프로 박성명 대표이사(사진 좌측)와 최청정 생산본부장·공장장(사진 좌측)이 수소생산공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이수화 기자

■ 회사연혁

1969년 12월 한국카프로락탐 주식회사 설립

1974년 5월 주식시장 상장

1998년 11월 ISO 14001 인증서 획득

2000년 1월 사명 변경 (한국카프로락탐 주식회사→주식회사 카프로)

2008년 11월 5억불 수출의 탑 수상

2011년 12월 매출액 1조원 돌파

2023년 9월 경영 어려움으로 채권단 워크아웃 신청

2024년 5월 태화그룹 인수

2025년 5월 카프로수소출하센터 준공

최근 울산으로 본사를 이전한 ㈜카프로가 미래 에너지 전쟁의 게임체인저 수소 모빌리티를 주력 산업으로 '제2 전성기'를 맞았다.

기존 주력 생산제품인 카프로락탐(나일론 섬유 원료)의 필수 제조공정 '수소' 인프라를 기반 삼아 국내 최대 수소출하센터를 건립하는가 하면 이산화탄소 활용·포집·저장(CCUS), 반도체용 케미컬 제품, 탄산암모늄(요소수 원료)·황산 사업, 암모니아 활용 등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을 꾀하는 중이다.

불과 2년 전까지만해도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정도로 경영 악화가 심각했지만, 작년 5월 태화그룹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제2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올해 3월 말 서울 본사를 '글로벌 수소에너지 선도도시' 울산으로 옮기는 정관 변경 안이 정기 주주총회를 통과, 남구 부곡동 석유화학공단 내 울산공장은 회사 설립 57년 만에 본사로 격상했고, 5월 1일엔 자체 생산한 수소를 압축한 뒤 튜브 트레일러에 실어 전국 수소충전소에 공급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소출하센터'를 준공하고 출하식을 갖는다.

㈜카프로 대표이사로 취임한 태화그룹 박성명 부회장 겸 감사는 석유화학산업 위기를 되레 기회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현재 수많은 기업으로부터 수천억 원 대의 투자유치 러브콜을 받고 있다.

# 잉여수소로 ‘제2 도약’ 발판

1969년 남구 부곡동 석유화학공단에 설립된 ㈜카프로 울산공장은 원래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 제조업체로 출발, 수입에만 의존하던 카프로락탐을 처음으로 국산화했다. 이후 1989년 제2공장, 2000년 싸이클로헥산 공장, 2004년 제3공장을 잇따라 준공하며 연간 27만t 이상의 카프로락탐을 생산해왔다.

그러던 중 위기가 찾아왔다. 2022년 10월 제3공장(카프로락탐 제조공정에 필요한 수소 생산) 가동이 중단된 거다. 중국산 저가제품이 국내 시장으로 밀고 들어오면서 매출이 전년 대비 40% 가량 줄었고, 생산하면 할수록 적자가 커진 탓이다. 카프로 전체 생산공장 중 40%(제1공장·제3공장 일부)가 멈춰있는 상태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또다른 이름으로 찾아왔다. 제3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시간당 4만N㎥의 잉여수소가 발생하게 됐는데 이 잉여수소가 제2 도약의 마중물이 됐다. 시간당 4만N㎥의 수소생산 능력이면 수소충전소 400곳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에 해당한다. 이는 국내 수소 생산공장 중 최대 규모다. 이 즈음 ㈜카프로는 국내 최대 수소충전소 운영업체인 ㈜하이넷으로부터 잉여수소를 공급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절망 속 한 줄기 희망을 잡은 ㈜카프로는 2023년 2월 '제4회 울산수소산업의 날'에 김두겸 울산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하이넷 등과 '수소출하센터 구축'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하이넷은 2050년까지 전세계에 수소충전소 1,000개를 구축하겠단 목표여서 안정적인 수소공급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하필 이 시기에 대주주인 효성과 코오롱이 영업손실이 큰 ㈜카프로 지분을 매각하면서 결국 회사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이어 매각이 추진됐다.

한국산업은행에서 40년간 근무하며 부행장으로 정년을 맞은 박성명 카프로 대표이사(사진 우측)이 출하식을 하루 앞두고 수소출하센터에서 최청정 생산본부장 겸 공장장(사진 우측)으로부터 수소 압축설비 현장 설명을 듣고 있다.

# 수소·황산·탄산암모늄 등 신제품 생산 ‘사활’

'5억불 수출의 탑' 수상(2008년)에 이어 매출액 1조원 돌파(2011년)의 영광을 기억하던 ㈜카프로 직원의 사기가 다시 북돋기 시작한 건 작년 5월 태화그룹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현재진행형이다.

태화그룹이 ㈜카프로 인수를 검토한 건 채권단이 총 700여개 중견기업에 ㈜카프로 매수 의향서를 제시했지만 딱히 이렇다할 답을 듣지 못한 이후 즉, 시장 반응이 없던 느즈막한 시점이었다.

㈜카프로 박성명 대표는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다수 중견기업들은 '돈이 안되는' ㈜카프로 매수에 관심이 없다고 거절했고, 몇몇 기업은 매수 가격이 바닥까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매각이 추진된 지 한참 뒤에야 매수 요청을 받았는데 '이건 사업이 되겠다'는 역발상이 딱 섰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과거 한국산업은행 부행장으로 퇴임한 40년 경력의 은행원 출신이다. 현역 시절 주로 구조조정실에 몸 담으며 상당기간을 위기의 경제 현장 곳곳에 투입돼 사고를 수습하며 잔뼈가 굵었다. 그때의 경험과 감각을 자산 삼아 이젠 ㈜카프로 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다.

그는 ㈜카프로 인수 배경에 대해 "카프로의 위기는 중국산 카프로락탐 물량공세로 가격이 폭락한 대외 변수로 인한 건데 지금의 석유화학 위기도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우리가 신제품으로 개발하려는 수소는 기체여서, 황산은 위험물질이라, 탄산암모늄 역시 같은 맥락에서 모두 유통(이동)에 제한이 있을 뿐 대외 변수에 큰 구애는 받지 않나. 이런 점에 착안해 수소, 황산, 탄산암모늄을 기반으로 기술 개발에 힘써 더 많은 신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수소 공급" 러브콜·투자유치 기업 쇄도

㈜카프로가 수소출하센터를 건립한다고 발표한 2023년만해도 기업 반응은 꽤 냉담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소 개발 단계에 접어든 지금은 서로 공급해달라는 기업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석유화학의 위기로 가동률이 줄면서 부생수소 공급도 덩달아 감소,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우리 ㈜카프로가 시의적절하게 수소 생산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대혼란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석유화학산업 위기로 가동률이 60%까지 줄면서 화학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도 그만큼 줄면서 안정적인 수소 공급 거래를 희망하는 업체가 매일 ㈜카프로를 찾아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카프로는 울주군 온산에 1,5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신설하는 반도체 부품업체 A사에 발열황산을 공급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다. 이차전지 분야 제품을 생산하는 B사는 아예 1,200억원을 투자해 카프로락탐을 생산하던 유휴공장 안에 생산설비를 들여 협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몇년 전 판매 대란을 겪었던 요소수를 대체할 수 있는 탄산암모늄 생산도 본격화한다. 수소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탄산 암모늄의 원료인데, 그동안엔 제조단가가 워낙 높아 시장 진입이 어려웠다. 하지만 수소출하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탄산암모늄 단가가 대폭 낮아져 경쟁력 있는 시장 진입이 가능해진다.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는 현재 전량 수입(연간 30만t)하는데 ㈜카프로는 연간 24만t을 현재 거래되는 것보다 60~70% 다운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프로 최청정 생산본부장(공장장)은 "우리는 과거 일부 수소를 판매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생산설비 활용과 수십년간 축적된 원재료 확보, 생산 기술 노하우를 기반으로 빠른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수소출하센터 운영을 기반으로 수소 공급망을 강화하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