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기획] “가르치는 일보다 살아남는 법부터 고민"

[현직교사에 들어본 '스승'의 의미]

2025-05-14     강은정 기자
챗GPT 생성 이미지.

 

감사와 존경을 전하는 날이어야 할 스승의 날이 점점 본래의 의미를 잃고 있다. 교사에게 꽃 한 송이를 건네며 고마움을 표현하던 따뜻한 풍경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교사에 대한 불신과 무시, 각종 민원과 고소·고발이 대신하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의 민원이 일상이 된 지 오래고, 저연차 교사들은 교육보다는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 스승의 날을 맞아, 교사들이 처한 현실을 다시 들여다보고, 우리가 잊고 있던 '스승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 위해 교사들과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대학 동기들은 다시 수능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하더라고요. 기회만 되면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3년차 초등교사

"생활지도 노하우를 가진 선배 교사도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나의 미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직을 고민했습니다." -3년차 중등교사

"또래 교사들은 지난해 의대 증원을 기회삼아 수능을 다시 보고 의대로 진학했습니다. 2~3년차때 큰 고비가 왔었습니다. 적은 임금에 일은 정신적으로 고되고, 다른 직업을 택할까 생각해 본 적 있습니다." -5년차 고교 교사


울산교사노조가 2025 스승의날을 맞이해 지역 교사 6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에 대해 고민한 적 있다'라는 질문에 대해 '매우 그렇다'는 26.9%, '그렇다' 25.5%로 집계됐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기회만 된다면 이직하고 싶다'라는 분위기가 퍼져있다. 교권 추락과 교권 침해 빈번에 따른 사회적 현상 탓에 교사들의 시름은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3년차 초등교사 A 씨는 "교대를 다닐땐 마냥 선생님이 되면 좋을 줄만 알았는데 동기들이 다시 수능 공부해서 다른 대학으로 진학하더라"라며 "교대에 진학한걸 후회하진 않지만 교육환경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교사들이 이직을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권 침해와 과도한 민원이다. 교사는 학생들에 대해 정당한 생활지도와 훈육을 하더라도 학부모는 이를 문제삼는다. 이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잘못된 태도를 지도하기 전 한번더 생각하고 말한다고 했다.

교권침해는 중학교가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이 사춘기 시기이기도 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지면서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많다고 교사들은 토로한다.

3년차 중등교사 B 씨는 "학생들이 교사가 누군지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내가 지적하면 '저 선생님은 말로 지도하니까 적당히 네네 하면 된다'라는 말을 하루에도 몇번씩 들을때면 속상하다"라며 "학생들에게 '교권침해'라는 이야기를 꺼내야만 말을 듣는 태도를 보고 있으면 슬프다"라고 밝혔다.

고등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학생들의 인성 성숙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수업시간에 욕이 들리는 것은 일상이 돼버렸다.

5년차 고교교사 C씨는 "수업 중 사소한 행동을 지적할 때에도 학생들이 인권을 주장하다보니 지도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학생들이 욕을 해도 못들은척 한다. '교단에 오래 살아남으려면' 들어도 못들은척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교단을 지키고 있는 것은 단 하나. 바로 학생들 때문이다. 수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그 중 한명의 학생이라도 나를 필요로 한다면 교육현장을 지키겠다는 신념이 크다. 3명의 교사 모두 학창시절 은사의 가르침과 따뜻함에 매료돼 교사의 길을 택했다고 했다. "힘들고 어려운 환경이 많지만 학생들이 선생님이라고 조건없이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면 위로가 된다"라고 말하는 교사들의 말에서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교사들은 한목소리로 "스승의 날은 교사만을 위한 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사, 학생 할 것 없이 배움이 있는 곳이라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라며 "교육현장이 나은 방향으로 가려면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