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상권 ‘28년 터줏대감’ 홈플러스, 영업중단 위기
울산공항 이북지역 유일 대형마트 점포 126곳 중 61곳 임차료 조정 미조정 점포 17곳 계약 해지 통보 주민 생활 불편·고용불안 등 우려 홈플러스 "임대주와 협상 이어갈것"
울산 첫 대형마트인 까르푸로 시작해 28년간 지역 '터줏대감' 자리를 지켜왔던 홈플러스 울산북구점이 본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아 영업 중단 위기에 내몰렸다. 울산공항 이북지역의 유일한 대형마트여서 실제 문을 닫는다면 주민 불편이 불가피해지고, 직원 고용 불안과 입점업체 피해도 우려된다.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홈플러스는 최근 법원의 승인을 받아 임차료 조정이 안 된 전국 점포 17곳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홈플러스 전체 점포 126곳 중 임차해 영업 중인 점포는 68곳으로, 이 중 임차료 조정에 들어간 점포는 61곳이다.
홈플러스는 임차료 조정 과정에서 임대료를 35~50% 가량 인하해줄 것을 요구했으며, 이 가운데 울산북구점 등 10곳의 점포를 소유한 MDM자산운용 측에는 임대료 50% 인하와 계약 기간의 10년 이상 단축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MDM자산운용 소유 점포는 홈플러스와 2036년까지 임대차 계약을 맺어져 있다. 이번 해지 통보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울산남구점을 소유한 DL그룹도 MDM자산운용과 동일한 요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홈플러스는 영업이익을 무의미하게 할 정도로 임차료가 과다한 곳에 대해 임대인들과 재조정을 시도해 현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요구를 거부한 점포는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한때 각 지역에서 시장·영세 상인의 생계를 빼앗는다는 공격을 받아왔던 대형마트가 이제는 온라인 쇼핑에 밀려 위기를 겪고 있다.
홈플러스 북구점은 울산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대형마트란 상징성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98년 한국까르푸가 처음 입점한 뒤 2006년 홈에버, 2008년 홈플러스로 간판이 바뀌었다. 진장유통단지 내에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코스트코 등이 줄지어 입점하기 전까지는 북구에서 가장 유력한 대형마트였다.
만약 폐업이 기정 사실화된다면 울산공항 이북지역에선 대형마트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농소1·2·3동이 맞닿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매곡·천곡·호계 등 주민에게 여전히 유용한 쇼핑 상권이다.
호계동 주민 김모(30대)씨는 "제가 어릴 적에는 '천곡동 쪽으로 간다'보다는 '까르푸·홈플러스 쪽으로 간다' 식으로 말을 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마트였다"이라며 "지금은 진장동에 경쟁업체가 생기면서 손님이 좀 줄긴 했지만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갈 일이 많다"고 말했다.
100여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직원들과 입점업체들의 생계 문제도 걸려있다. 일단 홈플러스는 고용완전보장 원칙을 내세우며 직원들을 타 지점에 고용하겠단 입장이나, 대다수 직원이 평균 50대가 넘는 고령인데다 마트와 인접한 거리에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아 고용안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노동계의 반박이다. 입점업체들은 점포가 계약 해지로 문을 닫을 경우 아예 함께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처지다 보니 상황이 더 나쁘다.
홈플러스 입점점주협의회는 최근 "판매대금 정산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불안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일부 점주는 자구책으로 홈플러스 결제 단말기가 아닌 자체 결제 단말기를 도입하고 있는데, 홈플러스 측은 이들에게 '계약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협박성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다"라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계약 이행 여부에 대한 답변 기한인 5월 15일까지 일부 임대주들과 합의를 기한 내에 마무리하지 못했고, 이에 부득이하게 법원의 승인을 받아 17개 점포에 계약 해지 통보를 하게 됐다"며 "홈플러스는 계약 해지 통보 후에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임대주와의 협상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