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사랑을 믿었었는데··· 2억 사기” 캄보디아 피해 전말

[캄보디아 ‘로맨스스캠’ 사기 피해 울산 거주 50대 남성 인터뷰] SNS로 한달간 연락…연인 발전 유튜브 경제 강의 소개 투자 제안 퇴직금·대출 등 더해 2억 사기 일상생활 어려워 극단적 생각도 전국 피해자 104명 피해액 120억 울산경찰, 일당 54명 입건 한국총책 부부 2명 송환 추진도

2025-05-21     신섬미 기자

 

 

캄보디아 현지에 거점을 둔 대규모 범죄 조직의 '로맨스 스캠' 사기.
캄보디아 현지에 거점을 둔 대규모 범죄 조직의 '로맨스 스캠' 사기 피해자가 직접 나눈 대화 캡처.
캄보디아 현지에 거점을 둔 대규모 범죄 조직의 '로맨스 스캠' 사기 피해자가 직접 나눈 대화 캡처.
캄보디아 현지에 거점을 둔 대규모 범죄 조직의 '로맨스 스캠' 사기 피해자가 직접 나눈 대화 캡처.

 

 

"투자로 큰 돈 벌면 결혼하자고 하길래 믿었죠. 모든 게 거짓말이고 사기인 걸 알고 나서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어요."

캄보디아 현지에 거점을 둔 대규모 범죄 조직의 '로맨스 스캠 (연애 빙자 사기)' 사기 피해자가 울산에서도 발생했다. 사람의 감정과 신뢰, 믿음을 이용해 투자를 유도한 뒤 체계적으로 설계된 범죄 수법으로 수억원을 빼돌렸다. 본지는 피해자를 직접 만나 실태를 확인하고 구체적인 피해 정황을 들었다.

캄보디아 현지에 거점을 둔 대규모 범죄 조직의 '로맨스 스캠' 사기 피해자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울산에 거주 중인 50대 남성 A 씨는 지난해 5월 페이스북을 통해 30대 여성 B 씨와 메시지를 주고 받게 됐다.

B 씨는 자신을 "서울에서 뷰티샵을 운영 중인 38세"라고 소개하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프로필에는 외모가 돋보이는 여성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이후 두 사람은 카카오톡으로 옮겨 한달여간 매일 일상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B 씨는 "사랑한다"며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했고, A 씨는 그녀의 다정하고 진심 어린 모습에 마음을 열며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B 씨는 "아버지가 유튜브에서 경제 강의를 한다"라며 관련 영상을 시청해 보라고 권했고 이어 "외환투자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라며 투자 참여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지만 실제로 '큰 돈을 벌었다'는 다른 투자자들의 경험담이 연이어 올라오는 채팅방을 보고 A 씨는 점점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B 씨가 초대한 이 채팅방에는 약 100여명의 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었으며, 매일같이 수억원대의 수익 인증과 투자 전략 등이 공유됐다.

"'수익 난 돈으로 비싼 외제차를 샀다, 집을 살 거다'라는 글과 사진이 계속 올라오니까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서 투자를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이 단체방은 '덫'이었다. A 씨를 제외한 나머지 90여명은 전부 캄보디아에 본거지를 둔 범죄 조직 일원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감정적 유대감을 철저히 이용해 A씨의 불안을 없애고 신뢰를 키웠다.

그 중심에 있었던 B 씨는 '결혼자금 마련'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투자 참여를 더욱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투자로 돈 벌면 결혼 준비할 때 쓰자고 했어요. 불안함을 못 느끼게 거의 하루 종일 연락했어요. 전혀 의심을 못했죠."

실제로 이들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면 "오빠 나머지 빌려볼 순 없어? 낼 수익만 해도 5억은 넘어", "오빠랑 싸우기 싫으니까 오빠 하고 싶은 대로 해. 너무 아쉽다, 수익이… 어쩔 수 없지 뭐"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감정적 압박과 설득을 섞어 A 씨의 결정을 조급하게 몰아간 흔적이 역력했다.

이들 조직은 △한국인 ‘총책’ △ 피해자와 직접 대화하는 ‘채터’ △피해자와 영상통화는 ‘TM’ △유튜브 조회 수 조작 등의 ‘화력팀’  △유튜브 강의, 전문가 행세를 하는 ‘특수팀’ 등으로 체계적으로 분업화해서 피해자들을 속였다.

A 씨는 전 직장 퇴직금과 그간 모아둔 돈에 대출까지 더해 2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결국 그 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B 씨는 연락을 끊었다.

한동안 일상생활조차 어려웠다고 호소하던 A 씨는 국제적인 범죄 조직에 맞서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게 사기라는 걸 알게 되고 진짜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죠. 2억 넘는 돈을 한순간에 잃어버렸는데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관련 내용을 인터넷에 검색하다 보니 또 다른 피해자들이 있다는 걸 알게 돼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피해자가 늘고 있을지 모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울산경찰은 A 씨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로맨스스캠 사기 행각을 통해 돈을 편취한 일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사건에 가담한 54명을 입건했다.

A 씨를 비롯한 피해자는 전국적으로 104명이며, 피해금액은120억원 정도다.

특히 한국총책으로 알려진 부부 2명은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상태인데 울산경찰청은 지난주 외교부를 통해 캄보디아 영사관에 범죄인 인도청구서를 발송하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다수의 인원들이 검거돼 구속 상태에 있다"라며 "총책 부부의 국내 송환도 최대한 빨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