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체계 성공 개편 위해 경쟁력·지역 활성 최우선 해야"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관 주도 수직적 관계 벗어나 주민이 주권자 되는 혁명적 변화 자립적 발전 추진 결정적 계기 주민 밀착형 치안 서비스 위해 국가-지방경찰 역할 나누는 이원적 자치경찰제로 전환해야 전문가 중심 지방행정 체계 개편 주민 공감대 형성 거쳐 입법화 바람직 울산, 새정부와 협력 직면 위기 탈출 정책과제 구체화·재원확보안 마련을
올해는 주민의 손으로 직접 지역의 일꾼을 뽑는 민선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과연 우리의 지방자치는 30년의 세월 동안 굳건히 뿌리내렸을까. 중앙정치의 혼란 속에서도 굳건히 지역을 지탱하고, 주민의 삶을 바꾸는 혁명적 변화를 이끌었지만, 고질적인 문제 또한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울산을 방문한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으로부터 민선자치 30년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고, 국민주권시대에 지방자치가 나아갈 새 길과 울산의 미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올해는 민선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30년을 총평해주신다면.
△네, 말씀하신 대로 올해는 지방자치가 '이립'을 맞은 매우 중요한 해입니다.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지방자치 부활은 국민들의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주민들이 관 주도의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지역의 주권자로 진화하는 혁명적 변화의 시작이었죠. 중앙정치가 흔들릴 때 지방이 안정의 기틀이 됐고, 각 지역이 정체성을 찾고 자립적 발전을 추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자치의회의 파행이나 비리 같은 문제점들은 중앙언론에 의해 크게 부각되면서 지방자치를 향한 불신과 무관심이 큽니다. 특히 일부 지방의회는 파행적 의장단 선거, 무분별한 외유성 해외연수, 파격적인 의정비 인상 등의 문제가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면서 지방의회의 문을 닫으라는 주민 요구가 여전히 건재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성과도 있었지만, 문제점이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로 인해 어떤 어려움이 있습니까.
△지방자치의 성공을 위해서는 책임정치가 필수적인데, 그 첫 단추인 지방선거부터 잘못 끼워져 왔습니다. 지방선거가 지역의 인물과 정책을 검증하는 장이 아니라, '정권 심판'이나 '정권 안정' 같은 중앙 정치의 대리전으로 변질된 지 오래입니다. 이러다 보니 지방자치는 중앙 정치에 종속되고 책임정치는 실종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같은 정당 내에서 의장 자리를 놓고 다투며 의회가 마비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방자치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교육자치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하셨습니다. 특히 교육감 직선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정치 개입, 막대한 선거비용, 유권자의 낮은 관심 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지난 2022년 당선된 교육감 17명 중 벌써 2명이 비위로 물러났고, 3명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작년 서울 교육감 보궐선거에만 565억원이라는 막대한 시민 혈세가 쓰였습니다. 교육자치가 일반 행정과 연계되지 못하고 겉도는 기형적 구조로는 교육 서비스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2026년 선거 전 반드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도 참사 등을 겪으며 '지방자치 무용론'까지 나왔습니다. 재난·안전 시스템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비극적인 참사들은 현장 중심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줬습니다. 특히 현재의 자치경찰제는 이름만 자치경찰일 뿐, 실제로는 국가경찰 상부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주민 밀착형 치안과 안전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려면, 국가경찰과 지방경찰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는 '이원적 자치경찰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또 산불과 같은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치경찰, 소방, 산림청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종합적인 체계 구축이 시급합니다.
-현 지방행정체계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성공적인 개편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지방행정체계는 인위적인 행정구역으로 인해 지자체 간 협력이 부재하여 낭비와 비효율을 낳고 있으며, 실생활권과 행정구역이 달라 주민 불편을 가중시키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나 충청광역연합 출범 같은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개편을 위해서는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주도할 것이 아니라, 정치권이 의제 제기→ 전문가 중심의 연구와 대안 마련→ 주민 공감대 형성→ 정치권의 입법화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무엇보다 개편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오직 국가와 지역의 경쟁력, 주민의 편의, 지역 활성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울산은 지금 중요한 전환기에 놓여있습니다. 현재 울산이 직면한 과제를 푸는 해법을 제시한다면.
△울산은 지난 60여 년간 성장에 익숙했지만, 주력 산업인 조선업 침체 등으로 인구가 유출되고 지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도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높습니다. 이제는 과거의 성공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다행한 것은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추진, 해오름동맹 출범, 특구 지정, 2028 세계정원박람회 유치 도전 등 울산 재도약을 위한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비전들을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으로 실현하는 것입니다. 새롭게 출범한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정책과제를 구체화하고,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울산 시민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방자치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국민주권시대의 성공은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두 개혁의 바퀴가 제대로 굴러갈 때 가능합니다. 울산의 자치 단체들과 시민들이 한 마음으로 자치분권 시대를선도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위대한 도전에 성공하길 바랍니다. 저희 한국지방행정연구원도 그 길에 함께할 것이며, 울산매일과 같은 지역 언론과 협력하며 토론회 등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준형 기자 jun@iusm.co.kr
◎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원장은
△ 충남대학교 도시자치융합학과 명예교수
△ 전국시도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협의회 회장
△ 전 대전발전연구원 원장
△ 전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
△ 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