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로맨스스캠 총책 ‘행방 묘연’···국내 송환 불투명
120억 사기 범죄 조직 총책 부부 캄보디아 사법 당국 ‘석방’ 의혹 뒷돈 거래·중국조직 구출 소문 경찰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어" 피해자 등 "정부가 적극 나서야" 국제공조 구멍·외교 신뢰 훼손 지적
캄보디아에서 로맨스스캠으로 120억원을 가로챈 일당 중 현지에 붙잡혀있던 A(31) 씨 부부가 최근 정상적인 절차와 무관하게 풀려났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송환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경찰은 "확인된 바 없다"라는 입장이지만, 여러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캄보디아 사법 당국이 A 씨 부부를 풀어준 정황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범죄조직을 구성해 로맨스스캠 등 사기 행각을 벌여 120억원을 가로챈 조직의 총책 A 씨 부부의 국내 송환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A 씨 부부는 지난달 국내송환이 완료됐어야 하는데 캄보디아에서 송환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범죄자 인도 청구를 통해 A 씨의 국내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러 관계자들에 따르면 A 씨 부부가 캄보디아 현지에서 풀려난 것으로 전해진다.
캄보디아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활동중인 범죄조직의 브로커가 캄보디아 사법당국에 현금 수만달러를 건네고 A 씨 부부를 데려갔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A 씨 부부가 또 다른 사기조직에 몸을 의탁한 채 잠적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울산경찰은 지난해부터 100억원대의 피해를 낳은 로맨스스캠 조직 수사에 착수했다. A 씨 부부는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였고, 지난 2월 캄보디아 포이펫에 있는 한 범죄단지에서 캄보디아 경찰에 붙잡혔다.
울산경찰은 외교부와 함께 A 씨 부부의 인도 절차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수개월째 A 씨 부부의 인도 절차 이행없이 시간을 끌던 사이 이번 사건이 터진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부부와 같이 붙잡힌 조직원 7명은 이미 한국으로 송환된 반면 A 씨 부부의 국내 송환절차만 지연된 것만으로도 '뒷거래' 의혹을 키우고 있다. A 씨가 몸담았던 범죄조직은 중국인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A 씨 부부는 조직 내에서도 총책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었고, 자금관리, 연결고리 역할을 한 핵심 인물이기 때문에 조직 차원에서 A씨 부부를 확보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A 씨 부부가 한국으로 송환돼 조사를 받다가 조직 내부 정보가 줄줄 새어나갈 수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울산경찰은 A 씨 부부의 뒷거래 석방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A 씨 부부가 캄보디아 현지에서 풀려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로맨스스캠 사기 피해자들은 A 씨 부부의 국내송환이 차일피일 늦어지자 '현지에서 풀려날 수 있다'며 우려했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캄보디아는 '돈'이면 뭐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 탓에 뒷돈을 건네면 충분히 풀려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돈을 받고 풀어줬다'는 구체적 내용이 확인된 적은 드물지만 캄보디아 내에서는 부패가 만연한 사회적 현실과 사법 시스템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이런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게 여러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는 해외에서 풀려났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채무와 수치심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정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범죄조직에 맞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번처럼 돈이 개입된 석방 의혹은 단순한 절차상 문제를 넘어 국제 공조의 신뢰를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캄보디아는 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이긴하나 그동안 양국간 외교적 협의를 통해 범죄인들이 인도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범죄인 인도 청구 이후 범죄인들이 석방되는 일이 벌어졌다면, 이는 외교적 항의와 재요구가 필요한 국제법적 사안"이라며 "한국 외교당국이 단호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