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시간 품고 살아있는 기억을 잇다

[암각화, 울산예술로 꽃피우다] (5)사진작가 김양수 사진가 예술성 담아 ‘반구대 암각화’ 재조명 재현·복제 작업 한계 넘어 새롭게 접근 시도 작업 도중 불의의 사고 1년여 전신마비 극복 다시 카메라 잡으며 반구대 시간의 풍경 연출 작품 보는 관객 기억 따라 해석 ‘푼크툼’ 구현 실제 풍경 착각 기록 넘어 예술적 현실감 생생 전시·출판 등 반구대 역사성·예술성 전하고파

2025-07-06     고은정 기자
사진작가 김양수 씨가 그의 작품 '반구대 풍경' 앞에 서 있다.

"반구대 암각화를 새롭고도 낯설게 표현하고 싶었다."

사진작가 김양수 씨는 10여 년 전 반구대 암각화에 우연히 들렀다가 암각화가 위치한 공간에 매료됐다.

단순한 재현과 복제의 작업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무언가가 이곳에는 있었다. 문득 사진가로서, 예술가로서 반구대 암각화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반구대가 가진 단순한 기록적 역사성에서 사진가의 예술성을 담아 재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재현, 복제의 예술이라는 사진 작업의 한계 때문에 당장 보다 새롭게 접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존의 시각과는 다른 표현 방법을 고민하다 시간의 흔적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하지만 작업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어렵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2017년 갑작스러운 사고로 중단됐다. 전신마비로 1년간 침대에 누워야 했던 그는, 다시 일어나 카메라를 들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반구대 기억의 움직임.

그러나 바로 그 절망의 시간이, 오히려 그의 예술적 에너지를 키워냈다. "이 작업만큼은 어떻게든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라고 그는 회상한다.

회복 후 그는 더욱 집요하게 반구대 암각화의 시간을 파고들었다.

'푼크툼(Punctum)'. 롤랑 바르트가 말한 이 사진 개념은,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이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자신의 기억과 경험으로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김양수 작가는 암각화 작업을 통해 바로 그 '푼크툼'을 구현하고자 했다.

반구대 기억의 움직임2.

반구천의 새벽 안개 속에서, 고래가 유영하듯 흐르는 시간의 풍경을 연출했다. 선사시대 사람들의 움직임을 모델의 몸짓으로 재현하고, 내추럴한 표현에 합성 기법을 결합했다. 시간의 흐름에서 신비롭고 아름다운 반구대의 풍경을 재현하고 작가의 시선에서 현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시각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보고 "실제 풍경인 줄 알았다"라고 말할 만큼, 그의 사진은 기록을 넘어선 예술적 현실감을 담아냈다.

암각화 가는길

김 작가는 반구대 암각화를 단순히 과거의 유물로 보지 않는다. 그의 사진 속 암각화는, 시간을 뚫고 현재로 걸어 들어온 '살아있는 기억'이다.

그는 말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선조들이 남긴 소중한 메시지와 삶의 흔적을 담고 있어요. 단순한 예술작품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매개입니다."

반구천 고래의 꿈.

사진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은 교육으로도 이어진다. 한때 울산에서 사진 학원을 운영했고, 현재는 동명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겸임교수이자 뉴푼크툼 대표, 다다아카데미 사진교실 원장, 울산사진학회 회장으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그는 "전문작가든, 취미생이든 사진이 가진 내용과 형식이 어우러진 예술성을 제대로 전달하는 창작 작업을 했으면 한다"고 강조한다.

김양수 작가는 내년, 반구대 인근 주민들의 과거와 현재를 '푼크툼'적 관념으로 담아 암각화 이야기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전시와 출판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반구대의 역사성과 예술성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사진은 말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곳, 우리의 삶 속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다고.

김양수 작가는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 디자인을 전공했다. 2020년 개인전 '처용 울산을 만나다'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의 개인전과 2025년 울산문화예술회관 초청 작가 초대전 암각화와 현대예술전 단체전에 참여해 왔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