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새기고 펴내며···조선 후기 불서 간행 의미 '고찰'

통도사성보박물관, 12일부터 2025년 특별전 '불서 개판···' 9월6일까지 운흥사 목판 등 공개

2025-07-09     고은정 기자
묘법연화경.

울산을 포함한 경상도 지역은 예로부터 불교문화가 꽃피운 곳으로, 지금도 역사 깊은 사찰과 불교 문화유산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 가운데 울산 울주군 웅촌면 고연리 천성산 자락에 있었던 운흥사는 17세기 후반, 조선의 대표적인 불경 출판 사찰로 명성을 떨쳤다. 합천 해인사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불서를 간행하며 한국 불서 출판 문화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통도사성보박물관(관장 진응)은 오는 12일부터 9월 6일까지 2025년 특별전 '불서 개판(佛書 開板) : 새기고 펴내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 후기 불서 간행의 의미를 살펴보고, 그 대표 사례로 운흥사에 주목한다. 전시는 통도사성보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운흥사는 승려와 신도 교육, 신앙 실천, 의례 수행 등 여러 목적으로 다양한 불서를 간행해 왔다. 이는 불법(佛法)을 새기고 널리 펴내 중생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신앙적 실천이자 서원이 담긴 작업이었다.

수능엄경 권910

국립창원문화재연구소의 『운흥사 목판자료집』(2003)에 따르면, 운흥사에서 간행된 불서 경판 가운데 현재 통도사성보박물관에는 16종 673점이 소장돼 있다. 통도사 경판의 상당수는 통도사 근처의 운흥사에서 개판됐으나 운흥사가 조선 후기 폐사되면서 모든 경판이 통도사로 옮겨졌다.

권수정업왕생첩경도 목판.

대표적으로는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155판, 『금강반야바라밀경오가해』 127판, 『해수관음상』 1판, 『운흥사불량답모연기』 5판 등이 전해진다.

묘법연화경

『금강경반야바라밀경오가해』 상권의 첫 장에는 고려 불화 양식을 지닌 정교한 불화가 인쇄돼, 당시 운흥사의 불서 경판 제작 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간기(刊記)에는 경판 제작에 참여한 승려 300여 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운흥사의 규모와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운흥사지. 국가유산청 제공

특히 『해수관음상』은 목판에 먹을 찍어 색을 덧칠한 것으로, 국내에서 보기 드문 채색 판화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울산 지역 불교문화의 수준이 상당했음을 보여준다.

운흥사는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임진왜란으로 소실됐다가 광해군 6년(1614년) 대희가 중창했다. 이후 진희가 경판 제작을 주도했으나, 19세기 초반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전시에는 운흥사에서 새긴 목판 약 50점 외에도 통도사성보박물관이 소장한 조선 후기 불서 관련 자료 약 60점이 공개된다.

통도사성보박물관 특별전 포스터.

성보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글자를 새기고 책을 펴내며 오늘의 행복과 내일의 안녕을 기원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느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개막식은 오는 12일 오후 2시 통도사성보박물관 1층 괘불전에서 열린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