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취급대행 계약 종료 '정당'"···고려아연 손 들어준 법원
1년만에 영풍 가처분 신청 기각 "영풍, 자체 처리 방안 마련 필요 시간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 안해 저가판매·수출 등 다른 방법 있어 계약내용에 따른 종료 통지일 뿐 거래상 지위의 남용에 해당 안해" 고려아연 "위험물질 처리 등 부담 전가 무책임한 행태에 제동"
영풍이 '황산 취급 대행 관련 계약 종료'를 통보한 고려아연을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지 1년 만에 기각 처분을 받았다.
10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재판장 김상훈 부장판사)는 영풍이 제기한 '황산 취급대행 관련 거래거절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지난 8일 기각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작년 4월 영풍에 '황산 취급대행 계약 종료'를 통지했다. 당시 고려아연은 ESG 관련 규제환경 변화와 위험물 안전 관리 리스크 증가, 고려아연 황산 처리 시설 부족 등을 계약 종료 이유로 들었다.
영풍은 영풍대로 고려아연의 황산 취급대행 거절은 부당하다며 즉각 가처분 신청에 나섰다.
하지만 법원은 영풍에서 나오는 황산을 취급대행하는 거래를 거절한 고려아연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부당한 거래거절'과 '사업활동 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되레 영풍을 향해 아연제련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위험물질인 황산 처리를 고려아연에 위탁한 채 자체 처리방안을 마련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먼저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아연제련을 하는 과정에선 황산이 필수적으로 발생하고, 황산은 위험물질에 해당한다"라면서 "이에 채권자(영풍)는 아연제련 사업의 지속적 운영을 위해 자체적인 황산 처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었음에도 불구, 2003년부터 현재까지 황산 처리를 채무자(고려아연)에게 위탁해 왔다"라고 적시했다. 이어 "영풍은 2003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황산 처리를 위한 대체 방안을 마련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지만 특별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라고 판시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재판부는 "영풍이 다른 대체방안을 찾는 게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라며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황산을 경쟁사들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해 국내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영풍이 탱크로리를 이용해 황산을 운송한 후 수출하는 방법 역시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으로 보이는 점 등을 거론했다.
특히 재판부는 영풍이 문제 삼은 고려아연의 '황산 취급대행 계약 종료' 행위에 대해선 "이 사건 계약 내용에 따라 계약 종료를 통지한 것일 뿐 '구입강제, 이익제공강요, 판매목표강제 등'과 동일시할 수 있는 유형의 행위로 볼 수 없다"라며 "이 사건 거래거절이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6호가 규정하고 있는 거래상 지위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명시했다.
더욱이 법원은 '황산 취급대행 거래 거절이 관련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다'는 영풍 주장에 대해서도 단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아연은 국제적 교역 규모가 상당해 관련 시장을 '국제' 아연 판매 시장으로 보아야 할 필요성도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영풍의 주장은 이유 없다"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승소 판결 후 "법원의 이번 결정은 영풍이 황산 처리 역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채 위험물질 처리 부담과 안전 리스크를 우리 고려아연에 전가해온 무책임한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라고 환영 입장을 냈다.
고려아연은 보도자료를 통해 "영풍은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방지 노력에는 소홀히 하면서 유해화학물질 처리 부담을 고려아연에 떠넘기는데 골몰해 왔고, 급기야 사모펀드와 결탁해 경영권을 탈취한 뒤 우리에게 위험물 관리 책임을 완전히 전가하려 했으며, 그런 악의적 시도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로 영풍 황산에 대한 취급대행 계약 종료는 정당한 결정이자, 고려아연의 준법·환경 경영에 부합한다는 점이 명확해졌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영풍은 이같은 고려아연의 발언에 대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이번 가처분 기각을 빌미로 설립 주체이자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정당한 지배권 강화·경영 정상화 노력의 본질을 다시금 왜곡하고 있다"라면서 "수십 년간 원만히 유지해온 황산 취급대행 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건 영풍 석포제련소의 목줄을 죄어 문을 닫게 만들겠다는 악의적 의도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현재 영풍은 동해항 자체 수출 설비와 석포제련소 내 황산 저장·처리 시설을 활용해 황산 물류를 최대한 소화하고 있다"라면서 "이번 가처분과는 별도로 본안 소송을 진행하는 동시에 황산 취급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조혜정 기자jhj74@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