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라는데, 현대차·HD현대중 동시 파업이라니
대한민국의 산업수도 울산의 양대 축인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의 '9년 만에 동시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글로벌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살얼음판을 걷고 있고,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파고는 우리 주력 산업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두 거대 노조가 나란히 파업의 깃발을 든 현실 앞에 시민들의 시름이 깊을 수 밖에 없다.
6년 연속 무분규를 자랑하던 현대차가 그 기록을 스스로 깼다.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근거로 작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정년 연장, 주 4.5일제 도입 등의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 회사가 미국의 관세 장벽,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대외 불확실성을 호소하며 힘을 모으자고 했지만, 노조는 파업을 선택했다. 파업으로 인해 하루 평균 1,500대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고 한다.
HD현대중공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노사는 이미 지난 7월 잠정합의안까지 마련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이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파업은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조선 3사 노조가 벌이는 첫 공동 파업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다르다. 이들은 사측의 합병 추진을 문제 삼으며 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이 회사의 합병 등 본질적인 경영 활동까지 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길을 터주자, 노조가 이를 즉각 투쟁의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노조의 주장이 모두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노동자의 권익 향상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시기와 방법이 문제다. 대통령까지 나서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잡는 '교각살우'의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노동계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지금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다 함께 탄 배에 구멍을 낼 때가 아니다. 조선업계는 '마스가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해외 협력 사업의 성패가, 자동차 업계는 수출 주력시장인 미국의 관세압박과 전기차 시대 생존이 달린 중요한 시점이다.
노조는 즉각 파업을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 회사는 최대 실적에 걸맞은 합당한 보상을 고민하고, 합병과 같은 중대사에 대해 노동자들을 진심으로 설득하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노조 역시 기업의 생존과 국가 경제라는 더 큰 틀에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위기를 극복할 해법은 투쟁이 아닌 상생의 지혜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