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민 갑질' 현행법 처벌 불가···인권 사각지대

관리소 직원 전원 사직 논란에 입대의 회장 등 '직장내 괴롭힘' 제기 입주민과 근로 계약 성립 안돼 갑질 입증 어렵고 처벌조항도 없어 경찰, 구체적 피해 불분명 수사 거부

2025-09-07     윤병집 기자
지난 7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전원 사직 안내문. 울산매일 포토뱅크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동대표 등 입주민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며 집단 사직한 사건(본지 2025년 7월 7일자 6면 보도)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관할 지자체인 북구청도 사건 조사를 경찰에 의뢰했지만 증거가 부족하단 사유로 반려됐는데, 현행법에 입주민이 소위 '갑질'을 해도 처벌 조항이 없다 보니 아파트에서 일하는 직군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단 지적이 나온다.

7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따르면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에 대해 최근 '행정 종결' 처리했다. 행정 종결은 행정기관이 민원이나 사건 처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해당 사안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해당 진정서에는 관리실 직원 9명이 입대의 회장을 비롯한 3명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행위 20건이 적시돼 있었다.

고용부는 해당 진정에 대해 입대의 측에 사실 조사를 진행하라는 시정 지도를 내렸다가, 괴롭힘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시정 지도를 돌연 취소했다.

고용부가 이같은 결정은 내린 것은 입대의가 근로기준법상 관리실 직원들의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는 근로계약의 당사자인 '근로자' 혹은 '사용자'에 해당돼야 적용된다. '사용자'는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위하는 자를 일컫는다.

고용부 관계자는 "입대의는 주택관리업체와 위·수탁 관리 계약을 체결해 관리실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어 '사용자'의 지위로 보기는 어렵다"며 "입대의가 위탁 업체나 관리소장의 업무에 부당하게 간섭한 사실이 있더라도 입대의와 관리실 직원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관련 내용으로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 측도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불분명하단 이유로 수사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입대의나 입주민의 부당한 요구와 간섭 등 이른바 '갑질'을 막기 위해 관할 지자체가 관련 사건을 조사하는 내용으로 지난 2021년 공동주택관리법이 '관리사무소장의 업무에 대한 부당 간섭 배제 등' 조항이 새로 생겼지만, 처벌 조항이 없다. 대신 지자체가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명시해놨다.

이에 북구는 약 한 달 간 자체 조사를 거친 뒤 업무방해죄 위반 혐의 여부에 대해 지난달 북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상기한 이유로 반송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 직군에서는 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의 약 1,000세대 규모 대단지 아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관리사무소장 A 씨는 "수백, 수천명이 사는 대단지 아파트는 매일 수십건의 민원이 들어온다. 요구하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모욕적인 발언이 수시로 나온다. 일이니까 참고하는데, 버티기 힘들 때가 정말 많다"라며 "지자체로서는 수사 권한이 없어 스스로 갑질을 당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증거가 부족하거나 서로의 주장이 다른 경우가 많아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결국 경찰 같은 수사기관에서 나서줘야 하는데, 증거가 없단 이유 만으로 수사를 거부하면 법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라고 전했다.

한편 해당 아파트는 지난 7월 엘리베이터에 '관리실 직원 전원 사직'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붙어 논란이 됐다. 부당한 책임 전가 및 언어폭력, 비상식적인 업무 지시 등 9가지 갈등 요인을 지적하며 관리사무소 직원 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입대의 측은 구체적인 사례 없이 일방적인 주장만 나열했다며 반박 안내문을 부착하기도 했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