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건강] 숨 가쁨 그냥 넘기다 '낭패'···고위험군 정기검진 필수
[동강병원 정성윤 전문의_'폐동맥 고혈압'] 숨 가쁨·피로 등 애매한 증상에 진단 지연 과거 생존 2~3년 불과···표적치료제 개발 병용요법 발전해 10년 이상 생존율 향상 자가면역질환자, 심장초음파·상담 필요
40대 초반 직장인 A 씨는 일주일에 3번 테니스 동호회 활동도 하고, 등산도 즐겨하며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6개월 전부터 이상하게 피곤하고, 숨이 차기 시작했는데 최근에 업무가 바빠서 그럴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가 1개월 전부터는 테니스를 하지 못할 정도로 숨이 차서 근처 의원으로 가 흉부 엑스레이를 찍었다. 심장이 크다는 이야기와 함께 큰 병원 진료를 권유받았고, 심장내과 진료를 통해 심장초음파에서 심한 폐동맥 고혈압을 진단받았다.
흔히 고혈압이라고 하면 혈압계로 팔에서 재는 수치만을 떠올린다. 이것은 전신의 혈압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폐순환계의 혈압이 올라가서 우심실의 기능은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숨이 차고 서서히 나빠지다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르게 되는 '폐고혈압'이 문제가 되고 있다. 동강병원 정성윤 심장혈관센터 전문의와 폐고혈압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폐고혈압'이란
폐고혈압은 전 세계 인구의 1%에서 생기는 중증 난치성 질환이며, 국내 유병 추정 인구는 약 50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폐고혈압은 원인에 따라 폐동맥고혈압, 좌심장질환, 폐질환, 만성혈전색전폐고혈압, 기타 다요인성의 5개 군으로 구분된다.
이 중 1군인 폐동맥 고혈압(PAH)은 전체 폐동맥고혈압의 3%에 해당하며, 폐소동맥쐐기압이 15㎜Hg 이하, 폐혈관 저항 2 Wood units 초과로 진단되는 심장과 폐를 연결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희귀 질환이다.
폐동맥 고혈압은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폐동맥의 압력 증가로 인한 우심실 기능이 손상 및 호흡곤란으로 돌연사 위험이 높아진다. 질병의 진단이 어렵고 치료하지 않을 시 평균 생존 기간이 2~3년으로 치명률이 매우 높은 고위험 질환이다.
# 폐동맥 고혈압의 원인
폐동맥 고혈압은 원인이 없는 특발성과 선천성 심장질환, 결합조직병이 원인이 돼 나타난다. 주변에서 환자를 보거나 들어보기 힘든 병으로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낯선 질병이다. 1995년 에포프로스테놀이라는 약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치료법도 없었으며 진단 후 2.8년 이내에 사망할 정도로 무서운 병이었다. 하지만 30년 전부터 표적 치료제가 개발되고 여러 병합 요법이 발전하면서 평균 13.1년까지 생존이 가능하게 됐다.
# 폐동맥 고혈압 진단과 증상
폐동맥 고혈압으로 진단받기까지 기간이 평균 1.5년으로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폐동맥 고혈압의 증상이 호흡 곤란, 만성 피로, 부종과 같은 애매한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폐동맥 고혈압은 일반적인 고혈압처럼 혈압계로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심초음파 및 심도자술을 통해 폐동맥의 혈압을 측정하고 특수 혈액검사 등 여러 검사를 통해 진단을 내릴 수 있어 확진을 하기도 어렵다.
폐동맥 고혈압은 중년 여성에서 자주 발견되며, 이차성 폐동맥 고혈압이라 불리는 자가면역 질환자에서 발생하는 폐동맥 고혈압 또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자가면역질환 환자는 폐동맥 고혈압의 고위험군으로 전신홍반성루푸스 환자의 약 4.2%~10% 내외, 전신경화증 환자의 3.6%~32%에서 폐동맥 고혈압이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발생 빈도나 치명률을 고려할 때 자가면역질환 환자라면 비특이적인 증상에도 폐동맥 고혈압을 미리 의심하고 확인을 위해 심장초음파 등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 폐동맥 고혈압 치료
불행하게도 폐동맥 고혈압은 아직 완치법이 없다. 폐동맥 고혈압은 진행성 난치 질환으로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통해 최대한 진행을 늦추는 게 치료의 핵심이다. 폐동맥 고혈압의 치료법이 없던 1992년 이전에는 평균 생존기간은 진단 후 2~3년이던 것과 비교하여 혈관확장제등 폐동맥의 혈압을 낮춰 주는 다양한 약제 등이 개발되면서 생존율이 3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10여종 이상의 약물이 개발됐고 치료법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치료의 접근도 진단 초기에, 질환의 정도에 따라 공격적으로 치료할 경우 기능적 호전뿐 아니라 생존률 향상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작용 기전이 다른 2개 이상의 약을 병용해 사용하면 기대 생존율이 7.6년으로 증가한다는 보고들이 있으며 이런 이유로 진단 초기부터 치료 약물의 2제, 3제 병용요법을 권장하는 치료 지침이 생겨나게 됐다. 이런 공격적인 치료를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일본의 경우 3년 생존율이 95.7%, 미국의 73%로 두드러지게 향상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질병이 어느 정도 진행한 고위험군에서 병용요법 급여를 인정하며 또한 병용요법에 쓰이는 약제도 한정돼 치료제 선택에도 제한적이었다. 많은 노력 끝에 국내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은 과거 3년 평균 생존율은 54.3%에서 5년 평균 생존율 71.5%로 많은 향상이 이뤄졌으나 여전히 일본 등 기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최근에 보험 기준이 바뀌어 병용 치료의 문턱이 낮아져 국내에서도 병용요법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에포프로스테놀, 타달라필, 소타터셉트 등과 3군 폐고혈압에 사용하는 트레프로스티닐 흡입제, 4군 폐고혈압의 리오시구앗 등은 국내에서 사용하는데 제한된다.
# 폐동맥 고혈압의 예후
폐동맥 고혈압 예후 개선의 기본은 조기 진단과 초기의 적극적인 치료이다. 과거 10여년 전만 해도 가능한 치료 방법이 적어 생존율이 낮았다. 다행히 최근에는 많은 치료기법과 약제가 개발되어 치료 효과의 큰 개선을 보이고 있다. 폐동맥 고혈압의 가족력이 있거나,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환자 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숨찰 때는 폐동맥 고혈압을 의심하고 심장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정리= 김상아 기자 secrets2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