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시대] 스마트시티 울산의 핵심 토대, 자가통신망

지자체 자체적 설치·운영 통신광케이블 통신비 절감·시민 정보격차 해소 등 이점 높은 초기 투자 비용 부담에 사업 ‘지연’ 단계별 추진·하이브리드 방식 등 고려를

2025-09-10     권태호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권태호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지난달 몇몇 동료 의원과 대구광역시 스마트광통신센터를 견학했다. 이곳에서 자가통신망 ‘대구스마트넷’으로 대구시 전역의 교통·안전·방재 시설이 효율적으로 관리되는 모습을 직접 봤다. 특히 24시간 모니터링체계로 안정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며 작년 443억원의 예산을 절감한 성과는 인상적이었다.

 이번 벤치마킹을 통해 울산도 자가통신망 구축이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사회 전 부문에서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는 시대에 자가통신망은 통신비 절감 수단을 넘어 도시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가 됐기 때문이다.

 자가통신망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설치·운영하는 통신광케이블이다. 지금까지는 각종 행정업무와 공공서비스를 민간 통신사 임대망에 의존했지만,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지자체가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해서 직접 통신인프라를 구축하고 공공와이파이, 사물인터넷(IoT) 등 공익 목적 비영리사업을 자체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울산시도 지난해 울산연구원의 자가통신망 구축 타당성 용역에서 시청~구·군, 구·군~읍면동, CCTV통신망 등 3개 구간에 동시 구축한다면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자가통신망 구축으로 얻을 기대 효과는 크다. 가장 직접적인 혜택은 막대한 통신비 절감이다. 울산시와 구·군이 매년 지출하는 통신망 임대료만 수십억원이다. 대구시가 자가통신망 구축 후 연간 443억원을 절감한 사례를 보면 울산도 상당한 예산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더 중요한 것은 향후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할 때 추가적인 망 사용료 부담없이 다양한 IoT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가통신망 기반 공공와이파이 서비스는 시민 정보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다. 버스정보 안내, 방범·재난·교통 CCTV, IoT기반 스마트시티 서비스 등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자체 통신망을 보유하면 장애가 발생할 때 신속 대응이 가능하고, 외부 통신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 정책을 수립·추진할 수 있다.

 물론, 풀어야 할 현실적 과제도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초기 투자 비용이다. 울산연구원 용역이 제시한 사업비는 609억원으로, 서울과 대구에 비해 상당히 높다. 울산에는 지하철 공동구 등 기반 시설이 부족해 대부분의 예산을 굴착 등 기초공사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군들이 기간통신사업자와 5년간의 망 임대 재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사업 추진이 최소 5년 뒤로 미뤄지게 됐다. 

 구축 후 운영 역량도 중요하다. 자가통신망이 커질수록 전문적 유지·관리가 필요하고 사이버공격 보안책을 강화해야 한다. 대구시가 스마트광통신센터를 통해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한 것처럼, 울산도 체계적 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결국 현실적 제약을 인정하되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전체를 한 번에 구축하기보다는 핵심구간부터 단계별로 추진해 초기 투자부담을 분산해야 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추진하는 ‘자가통신망 활용 실증 인프라구축’ 등 국비 지원사업을 찾아서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술적으로는 상하수도나 전력공동구, 통신관로 등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일부 구간에는 무선 기술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표준화된 설계를 통한 비용 절감은 물론, 대구시 모델을 벤치마킹한 통합관리센터도 검토할 만하다. 전문 인력 확보와 교육, 보안 대응체계 구축 등도 함께 준비해야 할 과제다.

 자가통신망 구축은 이제 빨라야 5년 뒤로 미뤄졌다. 그래도 잘 준비하면 예기치 않게 확보된 5년의 유예기간을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치밀한 사업계획으로 재정 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운영 역량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구·군별 통신 수요를 분석하고, 우선순위에 따른 단계별 구축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동시에 국비지원 사업 참여를 통해 재정 부담을 줄이고, 선도 지자체와 협력해 기술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 자가통신망의 구체적인 혜택을 시민에게 명확히 제시하고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시민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통신망은 도로나 상하수도 같은 필수 기반인프라다. 이를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도시는 디지털 경쟁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울산은 제조업 중심의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이며, 이를 뒷받침할 통신 인프라 확보가 시급하다.

 600억원이 넘는 사업비는 부담스럽지만, 울산 미래 50년을 좌우할 중요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매년 지출되는 통신비를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회수가 가능한 투자이기도 하다. 대구시를 비롯한 선도 지자체들의 성공 사례도 이미 검증돼 있다.

 자가통신망 구축은 당장의 통신비만을 아끼려는 사업이 아니다.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울산이 진정한 스마트시티로 발전할 핵심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꼼꼼하고 체계적인 전략을 통해 스마트한 울산의 자가통신망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권태호 울산광역시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