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에 부는 ‘칼바람’···위기 틈타 구조조정?

지역 화학섬유 공장 희망퇴직 접수 계속 근로 희망자 연일 면접 '압박' 퇴직 후 아웃소싱 방식 연계 회유 같은 일 불구 임금·복지 줄어 들어 산업 재편 따른 고용불안 확산

2025-09-25     김귀임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울산의 한 화학섬유 공장이 1966~1968년생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석유화학산업 개편 위기를 틈타 암암리에 구조조정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공장의 모체가 되는 그룹은 섬유·석유화학이 중점인 곳이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중견기업이자 울산에 화학섬유 공장이 있는 A기업은 최근 1966년생~1968년생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A기업은 석유화학이 모체가 되는 B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울산공장 희망퇴직 대상자는 모두 60명으로, 현재까지 42명이 희망퇴직에 동의 서명을 완료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근로자는 '그래도 일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거듭된 회사와의 대면 면접을 통해 어쩔 수 없이 동의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나머지 대상자도 회사의 요청에 따른 면접을 연일 이어가는 중이다.

회사는 희망퇴직에 서명했으나 일을 계속하고자 하는 근로자에 한해 퇴사 후 '아웃소싱' 방식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르게 말하면 회사는 인건비 탓에 인원 감축을 하지만, 공장 운영에 부족한 인원이 발생하기에 협력업체인 하청 소속으로 근로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같은 일을 하더라도 본사 정규직 소속일 때와 대비해 급여와 복지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기업은 석유화학 위기를 틈타 최근 만 58세~60세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데, 사실상 대상자를 다 내보내기 위한 것을 목표로 한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일은 똑같이 하고 작업복만 하청이 되는 셈이다. 더욱이 이곳의 노조는 사실상 힘을 못써 더더욱 회사가 희망퇴직을 밀어붙이는 상황"이라며 "이는 지난 IMF 이후 진행된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의 구조조정이다. 여기뿐 아니라 섬유를 취급하는 울산의 또 다른 C공장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같은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쪽 공장들은 정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위기에 처해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에 A기업은 "회사가 어려워져 불가피하게 희망퇴직을 받고 있으며, 강제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노총 석유화학 노조를 중심으로 고용불안 위기에 따른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역의 한 석유화학노조 지회장은 "지난달 발표된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직접 대상인 석유화학 기업뿐 아니라 이를 모기업으로 둔 계열사마저 긴축재정을 위한 인원 감축 등의 파장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만약 정부의 일방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확산할 경우 사내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가릴 것 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전국화학노련 울산본부는 이날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석유화학산업 위기대응 추진위원회' 출범을 알렸다.

이들은 "석유화학 위기로 울산 곳곳이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렸다"라며 △석유화학산업 재편 시 노동계 참여 보장 △정리해고 및 인력감축 시도 중단 △울산을 산업위기 및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 등을 요청했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