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골목 책방··· 울산 서점 생태계 붕괴 '경고등'

2010년 155곳서 46곳만 남아 옥동 학원가조차 경영난 '한숨' 온라인 당일배송 등 경쟁 역부족 업주 대부분 60~70대 홍보 미흡 책값 돌려주기·바로대출 효과 지원 예산 축소로 한계 "시교육청 도서 입찰 개선 필요"

2025-10-13     고은정 기자
울산 서점계의 산 역사라 할 수 있는 울산 남구 공업탑의 영광서림은 1982년 문을 연 지 40년 만인 지난 2022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현재 간판만 그대로 달려 있다.

"10월에 연휴가 길어, 하루하루 적자가 쌓이고 있어요."

추석 연휴가 막 끝난 지난 10일 방문한 울산 남구 옥동 학원가 한 서점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편리한 배송,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인터넷서점의 독식에도 불구, 어느 정도 명맥을 유지하던 울산 남구 옥동 학원가 서점들에서조차 이제 한숨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최근 발간한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10년 155개였던 울산지역 서점은 2013년 110곳, 2018년 82곳, 2019년 69곳으로 줄어들었다.

울산시서점조합에 따르면, 2~3년 사이 지역서점(문구판매 포함)은 20군데 이상 줄어 올해 울산서점조합에 소속된 서점은 46개에 불과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역백화점을 중심으로 들어선 영풍문고(현대), 반디앤루니스(롯데)는 모두 문을 닫았고, 현재 업스퀘어 울산점의 교보문고만이 대형서점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울산 서점계의 산 역사라 할 수 있는 울산 남구 공업탑의 영광서림은 1982년 문을 연 지 40년 만인 지난 2022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수 년전 서점을 정리한 뒤에도 공업탑 '동학서림' 간판을 그대로 쓰며 남은 책과 옷, 농산물 등을 판매하고 있는 이귀조 어르신(86). 농산물, 옷 등과 함께 낡은 책을 권당 2,000원에 팔고 있다. 

지역 서점의 잇따른 폐업은 대형 온라인 서점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탓이다. 책을 1권만 사도 무료 배송해 주는가 하면 당일배송까지 가능해지면서 굳이 서점에 가서 책을 구입하는 문화는 많이 사라졌다.

13일 만난 이귀조 어르신(86)은 수 년전 공업탑  '동학서림'을 정리한 뒤에도  간판을 그대로 쓰며 남은 책과 옷, 농산물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어르신은 "손님이 하루 한 명도 안 와 서점을 정리한 지 오래"라며 "소일거리로 오래된 책을 권당 2000원에 팔고 있다. 오늘도 10권이나 팔았다"라고 말했다.

도서출판 전문가들은 동네서점이 살아남기 위해 북콘서트나 SNS 홍보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하지만 지역서점가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대부분의 동네서점들은 자본이 없는 영세 생계형인 데다, 업주들은 60대 후반에서 70대가 대부분이라 책을 판매하는 것 외에는 북콘서트 같은 문화 활동, SNS 마케팅 강화 등은 엄두도 못 낸다는 입장이다.

변광용 울산시서점조합장은 "서점 업력이 수십 년인 어르신들이 책을 파는 것 외엔 새로운 것을 하는 건 무리"라고 잘라 말했다.

울산 남구 옥동 한 서점 대표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할인해도 젊은 세대들은 결국 온라인으로 구매한다"라며 "급한 학원 교재를 사는 학생들 외엔 서점에 오지 않는다. 동네서점이 사라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토로했다.

울산시가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책값돌려주기 운동'이나 울산 남구의 '바로대출서비스'는 지역 서점에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서비스들은 첫해 사업보다 연간 도서 지원 횟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변광용 서점조합장은 "책값돌려주기운동이나 각 구·군의 도서 관련 사업들은 희망도서를 서점을 통해 구입하기 때문에 지역서점에는 어느정도 도움이 되고 있다. 다만 시 교육청의 도서 구입 입찰제도를 개선한다면 특정 동네서점이 아닌 많은 동네서점에게 큰 도움이 될 것"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4 지역서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서점들의 2023년 연매출액은 '5천만 원 미만' 31.6% 등 10곳 중 7곳이 2억원 미만의 매출이었다. 지난 3년간(2021년~2023년) 연매출액 추이를 보면 '1억 원 미만' 비율은 약 7%p 증가하고 '1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 비율은 그만큼 감소해 해마다 매출 감소세가 뚜렷했다.

지역서점들은 매출 확대를 위해 식음료 및 굿즈 판매, 공간 임대, 유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지난 2년 사이에 크게 늘었다. 소셜미디어(SNS) 운영, 북 큐레이션, 문화활동 프로그램 운영(북토크, 동아리, 워크숍 등)도 활발해졌다.

조사 결과, 전국 기초지자체 중 지역서점이 한 곳도 없는 '지역서점 소멸 지역'은 6개(봉화군·순창군·울릉군·의령군·임실군·청송군),  서점이 1개만 남은 '지역서점 소멸 위험 지역'은 21개로 집계됐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