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보던 눈, 교사 바라봐"···교실이 다시 살아났다

[스마트폰 없는 교실, 가능할까?] (2) 뉴욕 교사 다수 "정책 긍정 효과"

2025-10-27     강은정 기자
9월부터 미국 뉴욕주의 모든 공립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됐다.
미국 50개 주의 교내 스마트폰 금지 정책 시행 현황. 빨간색: 학교내 사용 금지, 주황색: 수업시간내 사용금지, 회색: 학교 자율 결정. AI 생성 이미지

"학생들이 이제 쉬는 시간에 서로 얼굴을 보며 대화합니다."

뉴욕 스태튼아일랜드의 중학교(IS 27 Anning S.Prall) 교사 멜라니 세풀베다(Melanie Sepulveda)는 9월부터 시작된 학교 내 스마트폰 금지 정책 시행에 대해 "교실이 살아 숨쉬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멜라니 세풀베다는 몇해 전만 해도 교실 복도는 틱톡 촬영장이라고 전했다. 학생들은 틈만 나면 영상을 찍고 쉬는 시간엔 각자 휴대전화 화면만 바라봤다고 설명했다.

멜라니 세풀베다는 "수업 종이 울려도 학생들은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여러차례 주의를 줘야 휴대전화를 넣곤 했다. 친구들과의 유대감도 떨어졌던 교실이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내 휴대폰 금지령이 시행된 9월 이후 학교는 달라졌다. 아침 등교와 동시에 휴대폰은 수거함으로 들어간다. 점심시간에도 사용이 불가능하다. 하교시에 휴대전화를 돌려받을 수 있다.

그는 "처음엔 폰을 빼앗겼다며 불안해하던 아이들이 1주일이 지나자 적응했다"라며 "학생들은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고, 웃음소리가 복도를 채웠다. 변화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UFT.
뉴욕 최대 교원노조 UFT 사무실 앞 로비. 이곳에서 만난 교사들은 "수업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라고 입을 모았다.

뉴욕 각지 교사들의 반응은 놀라울 만큼 비슷했다.

브루클린의 한 공립중학교 교사는 "몰래 스마트폰을 보던 아이들이 이제 교사를 바라보고 있다"라며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더 많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고 했다.

뉴욕 최대 교원노조 UFT(United Federation of Teachers) 라운지에서 만난 교사들도 "수업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뉴욕 첼시 직업고등학교 코레타(Coretta) 교사는 "스마트폰 금지 정책이 교실내에서 뿐만 아니라 복도, 구내식당 등 학교 전구역에서 제한했더니 효과가 빨리 나타났다.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대화도 많아졌고, 학생들간 대화도 늘어났다"라며 "무엇보다 학생들의 정신건강이 좋아짐을 느낀다. 소셜 미디어를 끊고 책을 보거나 탐구하는 학생들이 눈에띈다. 새로운 방법으로 호기심을 풀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뿌듯함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뉴욕주 역사 교사인 사리 베스 로젠버그. 그는 휴대전화 금지 정책을 반대했다가 그 효과를 경험한 이후 정책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사리 베스 로젠버그(Sari Beth Rosenberg) 교사는 뉴욕주의 휴대전화 금지 정책에 대해 반대했다고 밝혔다. 나 자신조차 스마트폰을 하루종일 보고 있는 상황에 학생들을 규제한다는 것이 도덕적, 교육적으로 옳은 것인가에 질문이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리 베스 교사는 자신조차 지키지 못하는 습관을 학생들에게 강요할 수 있을까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스마트폰 금지 시행 3주가 지난 시점에 사리 베스는 "내가 틀렸다. 휴대전화 금지령은 실제 효과가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학생들이 내 책상으로 다가와 역사와 성적에 대해 말하고, 주말과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며 "학생들은 하루종일 휴대폰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불평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리 베스는 "교직원 회의를 할 때마다 교사들이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우리는 왜 이 금지령을 더 빨리 시행하지 않았을까'라고요"라고 했다.

뉴욕시 교육국 통계에 따르면 9월 기준 학교내 디지털기기 관련 징계 건수는 지난해 대비 37% 감소했다.

교육국 관계자는 "휴대폰을 내려놓자 폭력과 괴롭힘, 몰래 촬영하는 일 같은 문제들이 함께 줄었다"고 말했다.

뉴욕 교육 단체인 NYSUT(New York State United Teachers)와 UFT(United Federation of Teachers)가 10월에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교사 89.7%가 스마트폰 전면 금지 정책 이후 학교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답했다. 학업 집중도 향상은 교사 76%가 학생들이 수업에 더 집중한다고 응답했고, 교사 66.7%는 정책 시행으로 교실 관리가 더 쉬워졌다고 말했다. 교사 72.5%는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감시하는 대신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됐다고 응답했다.

교사의 77% 이상이 학생들간 사회적 상호작용이 더 좋아졌다고 느꼈다.

UTF 회장 미카엘 멀그루.

UFT 회장 미카엘 멀그루(Michael Mulgrew)씨는 "학생들의 정신 건강이 휴대전화를 통해 접하는 소셜미디어에 의해 여러모로 손상되고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명확하다"라며 "새로운 규칙을 통해 학교를 더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스마트폰 금지 정책을 지지하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효과에도 좀 더 나은 방안을 제안하는 교사들도 있다. 금지보다는 절제, 학생 스스로의 자율적 제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사용 금지령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가 통제, 제어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한다.

브루클린의 중학교 교사 제이슨 로페즈(Jason Lopez)는 "학생들이 왜 폰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이해하도록 돕는 것도 교사의 몫"이라며 "스스로 절제하는 훈련이 진짜 교육이다. 디지털 사용에 대한 균형있는 습관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또 교사들의 기기 보관, 회수, 관리 방식이 학교마다 달라 현장 부담이 있다고도 전하면서 이를 해소해야 하고, 긴급한 연락은 교사를 통해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책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것에서는 부족하며, 교사 연수, 수업 설계, 교실 문화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라며 "뉴욕주에서 권장하고 있는 학교 등교시부터 하교시까지 전면 사용금지를 시행할 때 더 높은 효과가 나타났다. 일관성 있는 적용도 정책 효과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50개 주 중 뉴욕주처럼 등교시점부터 하교시까지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주는 19개주, 수업시간에만 금지하는 주는 7개주다. 주 정부의 규제 조치를 내리진 않았지만 교육구 자율적으로 정책을 만들도록 한 주는 17개다. 나머지 7개주는 결정되지 않았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