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투자유치촉진정책 변화와 우리의 대응 전략
국제정세 재편 · 글로벌 통상 등 큰 변화 세계 각국 투자유치 경쟁 대응 하려면 규제완화 등 정책 개발 국회 협조 필요
지정학적인 국제정세의 재편과 이로 인한 글로벌 통상 및 투자환경의 변화로 인해 세계 각국의 그린필드형 외국인 직접투자 촉진정책의 프레임워크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형태는 인센티브 제공형 투자촉진정책으로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예전부터 쓰고 있는 전통적인 외국인투자 촉진정책이다.
우리가 흔히 듣는 특별경제구역을 만들고 이 구역에 투자하는 외국인투자자들에게 관세 및 세금감면과 현금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해 투자를 촉진시키는 정책이다.
두 번째 형태는 투자참여형 투자촉진정책이다. 이것은 자국에 투자를 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전통적으로 제공하는 세금감면 등의 인센티브 혜택 이외에 자국의 국부펀드 등을 통해 투자금에 대한 공동투자형식의 지분투자를 해줌으로써 투자자금의 일부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형태는 주로 오일머니가 풍부한 카타르, 사우디 아라비아 같은 중동국가에서 쓰는 투자촉진정책이다.
구체적인 예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자잔 특별경제구역에 조성한 ‘사우디·한국산업단지’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정보기술(IT)·디지털,경·중공업 등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으로 가졌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한국의 첨단 제조기반 중소기업 중에 사우디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을 선정해 해당 기업들에게 기술 이전과 현지 인력 고용 등의 대가로 합작법인의 지분 중에서 20%의 지분을 현물투자로 인정해 주는 구조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우디 산업개발펀드(SIDF)를 통해 한국 중소기업들의 이 산업단지 내 공장 설립과 설비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 전액을 지원하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내 17곳의 중소기업이 이 펀드에서 받는 지원은 기업별로 최대 수천억원 규모에 이른다. 물론 자산이 특별경제구역 내에 있으므로 법인세, 관세 면제 등의 기본적인 혜택도 동시에 주어진다.
세 번째 형태는 관세부과형 투자촉진정책이다. 이것은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고안해낸 새로운 형태의 간접적인 외국인투자 촉진정책이다.
즉, 미국으로 수입되는 거의 모든 상품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높은 관세를 부과해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이 고율의 관세를 납부하든지, 아니면 이를 피하기 위해서 미국 현지에 그린필드형 외국인 직접투자를 해 생산공장을 건설하지 않을 수 없게 유도함으로써 외국인투자를 간접적으로 촉진하는 방식이다.
이 형태의 정책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자국의 시장이 충분히 크고, 수출기업이 그 시장을 포기할 수 없이 매우 중요한 시장이며, 그 국가가 글로벌 정치, 경제적 영향력이 강력할 때만 쓸 수 있는 방식이다.
즉, 상대국이나 기업이 자국의 시장에 관세나 공장건설을 위한 투자를 감당하고도 꼭 수출하고자 할 때에만 통할 수 있는 정책이다. 이 정책의 기본 목적은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재정수입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지만 부수적으로 외국인투자 촉진을 통한 자국 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개발의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는 이중효과를 갖는 정책인 셈이다.
이 새로운 형태의 투자촉진정책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지만 이 정책은 앞으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기간 동안에는 계속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의 이 정책에 대응해 수출기업들이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다른 국가로 수출을 확대할 것인데, 이 결과로 해당 국가의 국내기업들이 시장점유율 감소로 인한 불이익을 받을 경우에는 그 해당국가도 자국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관세를 높일 것이므로 이 정책은 다른 국가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이 지난 10월 7일 수입산 철강 관세를 50%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는데, 무관세 적용 물량(쿼터)을 절반정도 줄이고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를 기존의 25%에서 50%로 높이기로 한 것이다. 지난 6월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50%로 인상한 뒤 EU로의 우회 수출이 급증할 가능성이 커지자 관세 장벽을 높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다른 국가들도 따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우리는 이러한 세계 각국의 새로운 형태의 투자유치 촉진정책을 통한 투자유치 경쟁에 대응하려면 어떤 투자유치 촉진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인가?
첫번째 형태의 정책은 모든 국가들이 기본적으로 실행하는 정책이므로 우리도 인센티브제공형 투자촉진정책을 기본으로 해야 하지만, 두번째 투자참여형 투자촉진정책은 우리나라가 중동 산유국처럼 재정이 충분하지 않으므로 사용하기 어렵다. 그리고 세번째 관세부과형 투자촉진정책도 우리나라 시장이 미국처럼 크거나 영향력이 막강하지 않으므로 역시 사용하기 어렵다.
결국 우리는 추가적인 재정소요가 따르지 않는 정책수단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것은 불필요한 규제의 완화와 비즈니스 친화적인 규제환경을 조성해 외국인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정책수단일 것이다. 이것은 정부만의 노력으로는 안되고,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권한을 가진 국회의 노력과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김형걸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교 부교수·前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