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영의 경주남산 답사기] 남산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난 불교의 성지

[17-2] 용장골 삼화령과 대연화대 금오산서 뻗은 세줄기 혈 만나는 길지 충담사가 차 공양했던 생의사지 추측 봉우리 전망대 서면 남산 풍경 한눈에

2025-10-29     진희영 산악인·기행작가
경주 남산 용장골 삼화령 대연화대.

 

진희영  산악인·기행작가

 연화대좌는 용장사지에서 북동쪽으로 올려다 보이는 봉우리 정상의 바위 면에 조각된 석조 대좌(臺座)로, 지름 약 2m에 달하는 원형 바위에 두 겹의 연꽃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대좌 위에는 불상이 않아있던 흔적이 있다. 연화대좌 밑으로는 절터임을 보여주는 돌축대가 남아있다. 

 이 절은 통일신라 후기에서 고려 중기까지 운영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연화대좌와 동남쪽으로 70m 가량 아래 바위 위에 비석을 세운 비석대좌 일원이 사역에 포함됐을 것으로 본다.  

 연화대좌가 자리한 봉우리는 ‘삼화령(三花嶺)’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금오산에서 뻗어 내려온 지맥, 용장골로 흐르는 지맥, 그리고 고위봉으로 이어지는 지맥 등 세 줄기의 혈(穴)이 만나는 길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한 충담사(忠談師)가 차 공양을 했던 생의사지(生義寺址)가 대연화대가 있는 삼화령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1940년에 간행된 『경주남산의 불적』에 따르면, 이 연화대좌 위에는 폭 1.03m의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수인을 취한 여래상의 하체가 동쪽을 향해 앉아 있었으나, 당시에는 파괴된 상태로 발견됐다고 한다. 

 봉우리의 전망대에 서면 남산에서 가장 높은 고위봉을 비롯한 수많은 고개와 계곡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 삼화령과 충담스님 

 신라 경덕왕(35대·742~765년)은 어느 해 삼월삼짇날 신하들을 거느리고 궁성 서쪽 귀정문(歸正門) 문루에 올라 "내 오늘 귀한 스님을 만날 인연이 있는데 누가 훌륭한 스님을 모셔오겠는가" 했다. 

 이때 비단옷차림으로 점잖게 지나가는 스님이 있어 "저 스님을 데려 올까요" 했더니 임금은 머리를 가로 저으며 "내가 맞으려는 스님이 아니다" 하고 그냥 지나가게 했다. 

 조금 후 또 한 스님이 헌옷을 입고 삼태기를 짊어지고 남쪽에서 오고 있었다. 신하들은 초라한 모습을 보고 대궐 앞을 지나가게 내버려 뒀더니 임금은 지금 지나가는 저 스님을 불러오라 했다.  

 신하들은 당황해 급히 뛰어가서 그 초라한 형색의 스님을 귀정문루 위로 데려 왔다. 삼태기 속에는 풍로며 주전자·부채 등 차구(茶具)가 들어 있었다. 

 임금은 "그대는 누구요?"하고 물었다. 

 "예, 충담(忠談)이라 합니다." 

 "어디서 오는 길이오." 

 "네 저는 해마다 삼월삼일과 구월구일이면 남산 삼화령(南山三花嶺) 미륵세존(彌勒世尊)께 차를 달여 드렸습니다. 오늘이 삼월삼짇날이라 부처님께 차를 공양하고 오는 길이옵니다."

 "그 차를 나도 한 잔 맛볼 수 없겠는가?"

 "예, 부처님은 만 중생의 어버이시옵고 임금님은 만 백성의 어버이시온데 어찌 차를 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스님은 풍로에 숯을 피워 차를 달여 임금님께 드렸는데 그 차맛이 이상하고 사발에서는 이상한 향기가 풍겼다. 임금은 말했다.

 "내 들으니 기파랑(耆婆郞:화랑의 이름)을 찬미(讚美)한 노래가 뜻이 높다하던데 스님이 그 기파랑가를 지으신 충담사이시오?"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나를 위해 백성들을 다스려 편안히 할 노래를 지어 주시오." 

 스님은 임금님의 명을 받들어 그 자리에서 노래를 지었다. 

 

 안민가(安民歌)

 

 군(君)은 어비여 - 임금은 아버지요

 신(臣)은 다사살어시여 - 신하는 사랑을 주는 어머니요

 민(民)안 얼한 아해고 하샬디 - 백성을 어리석은 아이로 여기시면

 민(民)이 다살 알고다. - 모든 백성은 사랑을 스스로 알리다. 

 

 구물다이 살손 물생 - 꾸물거리며 사는 중생

 이흘 머기 다사라 - 이들을 먹여 다스려라. 

 이따할 바라곡 어듸갈디 할디 - 이 땅을 버리고 어디로 가라고 하면

 나라악 디니디 알고다. - 이 나라가 보전될 줄 알리라.

 

 아으 군(君)다이 신(臣)다이 민(民)다이 하날단 - 아아,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한다면

 나라악 태평(太平)하니있다. - 나라는 태평한 것이나이다. 

 

 『삼국유사』 기이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경덕왕은 이 글을 읽어 보고 감탄해 충담스님을 국사로 책봉할 것을 권유 했다. 그러나 충담스님은 극구 사양하고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충담스님이 삼월삼일과 구월구일 미륵세존께 차를 달여 올렸다는 삼화령(420m) 대연화대가 있는 곳은 남산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난 불교의 성지 일 것이다. 진희영  산악인·기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