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상술 덧칠···예전만 못한 '빼빼로데이'

과자 가격 계속 올라 2000원 1980년 출시 때보다 10배 ↑ 캐릭터 묶음 등 가격 천차만별 55% "빼빼로데이 안 챙길 것" 편의점 업계, 다양한 기획상품

2025-11-10     오정은 기자
10일 남구의 한 편의점에서 빼빼로데이를 맞아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11월 11일은 일명 '빼빼로데이'로 친구, 연인, 가족들과 빼빼로를 주고받는 수십년간 이어져온 기념일이다. 하지만 고공행진하는 물가와 기업들의 상술이라는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빼빼로데이의 인기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빼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 친구들이랑 나눠 먹으면 재미는 있지만 여러개를 구매하려니 부담이 된다"라면서 행사하는 곳이나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는 글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이한슬(28·중구) 씨도 "예전에는 만들기도 하고 좀 신경 써서 챙기는 분위기였는데, 이젠 그냥 간단하게 하거나 빼빼로 하나만 사서 주는 가벼운 느낌으로 보낸다"라면서 "근데 빼빼로 가격이 2,000원이 넘어선 줄은 몰랐다. 가격을 찾아보다가 새삼 많이 비싸졌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빼빼로 가격은 올해 2월 1,800원에서 200원이 오르면서 2,000원을 기록했다. 출시했을 당시인 1980년대 가격인 50g에 200원을 고려하면 10배나 상승한 것이다. 멈출 줄 모르는 가격 상승에 더해 '기업 상술'이라는 인식과 합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ㅇㅇ데이'를 챙기는 문화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빼빼로데이를 맞아 캐릭터와 함께 묶은 상품이나 기념 굿즈들은 그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편의점에서는 빼빼로 4개와 캐릭터 열쇠고리가 든 상품을 1만6,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는 빼빼로 가격이 8,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인 셈이다. 비슷한 상품들이 1만원 후반~2만원 후반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을 다른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편의점 앞에서 만난 A 씨는 "편의점에 갔다가 딸이 인형이 귀엽다고 해서 빼빼로데이를 기념해서 '하나 사볼까?' 했지만 가격을 보고 내려놓았다"라고 말했다.

롯데멤버스 라임이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빼빼로데이를 챙기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챙기지 않는 이유에는 원래 기념일을 챙기지 않는다(39.0%), 업체 상술에 거부감이 든다(28.2%), 챙겨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25.3%) 등이 주를 이뤘다.

한편, 편의점 업계는 소비자 유인을 위해 다양한 캐릭터와의 협업 기획 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GS25는 'GS25 빼스티벌' 행사를 열고 '버터베어', '블랙춘', '퍼글러' 등의 캐릭터를 활용한 150여종의 빼빼로 상품을 준비했다. CU는 포켓몬스터 캐릭터 메타몽, 따리몽땅, 해리스 트위드 등과 협업해 44종의 상품을 선보이고, 세븐일레븐은 테디베어, 산리오캐릭터즈 등 글로벌캐릭터와 협업한 기획상품을 선보인다.

오정은 기자 oje@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