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다 다른 '규정'···사회적 합의 통한 '지역기준' 마련 우선
[스마트폰 없는 교실, 가능할까?] (5·끝) 울산 교실, 뉴욕 모델 적용할 수 있을까
내년 3월부터 초·중·고 학생의 수업 중 휴대전화·스마트기기 사용이 법으로 금지된다. 소지는 허용하되 학교가 학칙으로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그동안 스마트폰 사용 제한을 두고 '학생 인권 침해'라는 주장에 막혀온 학교 현장은 이 조치를 계기로 학습권·정신건강 보호라는 교육적 목적을 전면에 세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울산 학교들의 현실은 여전히 제각각이다. 학교별 규정 차이로 인해 학생·학부모는 혼란을 겪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는 갈등만 반복되는 악순환도 이어진다. 이는 주 단위 통일 정책을 시행한 미국 뉴욕주와 대조적이다.
17일 울산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초·중·고등학교는 83곳으로 지난해 56곳 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중학교(64개교)는 수거 학교가 45곳에서 62곳으로, 고등학교(56개교)도 8곳에서 17곳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교내 휴대전화 수거 방침이 늘고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다수 학교는 휴대폰 소지를 허용하고 있다. 초등학교는 121곳 중 118곳에서 휴대전화 소지를 허용하고 있다.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교육 목적의 학생 휴대전화 수거를 권장했다"라며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이 법으로 금지되는 내년 3월에 앞서 각 학교에 한번 더 내용을 안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성광여고 사례, 통일 정책 효과 입증
학생들의 휴대전화 수거를 시행하고 있는 울산 성광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은 등교하자마자 교실 앞 보관함에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넣는다.
성광여고는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스마트폰 의존이 사회성 저하·학습 몰입도 하락으로 이어지자, 지난해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논의를 거쳐 휴대전화 수거 정책을 도입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쉬는 시간마다 휴대폰을 붙들고 있던 학생들은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운동장을 걷기 시작했다. 수업 중 알림에 주의를 빼앗길 일이 없어지자 발표와 과제 참여도 뚜렷하게 늘었다.
성광여고 2학년 학생은 "휴대폰이 없어서 처음엔 답답했지만 한 달 지나니 오히려 편하다. 요즘엔 쉬는 시간에 친구랑 산책하는 게 더 재밌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폰이 있으면 알림이 계속 신경 쓰였는데, 지금은 방해요인이 사라져 집중이 확 된다"라고 말했다.
교사들이 체감하는 변화도 크다.
성광여고 유소정 교사는 "예전엔 쉬는 시간마다 모두 고개 숙여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지금은 복도에서 대화 소리가 살아났다"라며 "수업 중 딴짓도 확 줄었다"라고 말했다.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올해 2학기부터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는 도서관 이용률 감소 등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를 확인한 교사들이 학생회와의 의견 수렴, 설문조사를 거쳐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의 동의를 얻어낸 결과다.
3개월 시행 후 강현열 교사는 "학생들의 자율학습 태도와 집중력이 향상됐으며, 특히 이번 학기 사이버폭력과 학교폭력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긍정적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학교는 이를 '규제가 아닌 회복'으로 설명했다. 휴대폰 사용이 사라지자 독서·글쓰기 등 대체 활동이 늘고, 학생들의 자기조절 능력이 자연스럽게 자란다는 것이다.
# 다수 학교 '학생 반대' 부딪혀 시행 제동
그러나 모든 학교가 이렇게 되지는 않는다. 울산 다수 학교는 의견수렴 과정에서 학생 반대에 가로막혀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의 한 고교 2학년 학생은 "쉬는 시간에 음악 듣는 게 스트레스 해소인데 폰을 뺏는 건 강압"이라며 "최소한 쉬는 시간엔 쓰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단속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울산의 한 고교 교사는 "수업 중 몰래 휴대폰 쓰는 학생은 많지만, 규정이 없어 뺏을 수도 없다"라며 "학생 반대가 워낙 강해 규칙 변경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학생 반발은 학부모들로부터 민원 우려로 이어지고, 학교는 그 부담 때문에 정책 도입을 망설이는 상황이다.
일부 교사들은 휴대폰을 수거하는 것은 학생인권 침해 사안이며, 사생활 영역이라는 주장을 한다. 또 다른 교사들은 스마트폰 수거를 시행하면 분실 또는 파손 책임과 잡일 거리가 많아질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선미(48) 씨는 "등교하자마자 폰을 거두는 학교는 대체적으로 면학 분위기가 좋은 학교였다. 학생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교육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교사들도 학생을 위해 더 열정적으로 가르친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우리 아이도 스마트폰과 멀어지길 바라지만, 학교마다 정책이 다르면 혼란만 생긴다. 어떤학교는 철저히 수거하고, 어떤학교는 사실상 방치하면 아이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온다. 울산 전체가 기준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뉴욕이 제시한 해법···표준화는 정책 효과 '극대화'
울산을 비롯해 전국이 주목해야 할 것은 뉴욕주의 교내 휴대폰 사용 금지에 대한 과감한 접근이다.
미국 뉴욕주는 벨투벨(bell-to-bell), 교내 공립학교 스마트폰 금지 원칙을 주 단위에서 통일해 시행했다. 동시에 휴대전화 보관 파우치, 스마트락커 같은 기술 인프라를 일괄 지원했다. 울산처럼 학교 자율에 맡겨 혼란이 반복되는 구조를 원천 차단한 셈이다. 뉴욕의 사례는 휴대폰 규제를 학교 자율이 아닌 학생 정신건강, 학습권 보호라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접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울산지역에서도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학교들이 늘어나는 긍정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학교간 규정 차이가 존재하는 한 효과는 제한될 수 밖에 없다. 교육계는 지역차원의 공통 규정 마련, 보관 인프라 지원, 공론화 절차를 핵심과제로 제시한다.
울산 교육계는 "학생 사회성 회복·집중력 향상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려면 학교마다 다른 규칙 대신 지역 전체의 합의가 필요하다"라며 "내년 3월 시행되는 수업 중 스마트폰 금지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울산의 통일된 정책이 필수다. 그 변화로 교실에 대화와 집중, 배움이 살아나길 바란다"라고 제언했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