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생산 거점, 울산 유력 검토"

삼성SDI, 처음으로 공식화 확정땐 설비투자·협력사 체계 구축 고용 확대·제조 기반 강화 등 지역 산업 생태계 긍정 효과 기대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으로 HD현대·현대차·삼성·SK·LG 등 5년간 800조 투자 계획 발표

2025-11-17     조혜정 기자
삼성SDI 기흥 본사.

삼성SDI가 울산에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여기에 현대차도 한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후속 논의를 위한 민관 합동회의에서 국내 전기차 전용공장 활성화 등 중장기 투자를 약속해 울산의 산업생태계가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17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전날 삼성은 2030년까지 향후 5년 간 총 450조원을 투입해 연구개발(R&D)과 생산설비 확충,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하는 대규모 중장기 계획을 내놨다.

삼성 계열사 중 삼성SDI는 국내 투자 확대의 일환으로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의 생산 거점을 울산 사업장에 구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7년 하반기 '세계 최초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한 삼성SDI가 양산 거점지역으로 울산을 '콕' 짚으며 공식화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울산사업장의 경우 삼성SDI의 핵심 제품만 집결된 '모태 사업기지'다. 1970년 브라운관 생산을 위해 첫 가동한 이후 2011년부터는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와 ESS용 NCA 배터리를 생산하는 핵심 생산기지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ESS용 대용량 LFP 배터리 마더라인을 울산에 구축하며 이같은 기지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해당 라인은 작년 9월부터 조성에 들어갔다. 사실상 제조 체계의 본진을 울산으로 집중시키기 위한 작업의 일환인 셈이다.

이번에 삼성SDI가 울산사업장에 구축하려는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사용하는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여서 절단돼도 화재·폭발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또 높은 에너지밀도의 구현이 가능해 같은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더 가벼우면서 주행거리는 늘릴 수 있다. 반면 고체 전해질을 여러 층으로 적층해야 하는 특성상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완전히 다른 제조체계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어느 기업도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앞서 삼성SDI는 2023년 3월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수원 SDI연구소에 구축, 같은해 말부터 시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현재 BMW·포르쉐·페라리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5곳에 샘플을 공급하며 기술 검증을 진행 중이다.

즉, 이번 발표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은 수원에서 운영하되 본격 양산 체제는 핵심 거점인 울산에 구축해 삼성SDI의 차세대 핵심 배터리로 육성하겠다는 방향이 한층 명확해진 거다. 현재 천안·구미에도 삼성SDI 공장이 가동 중이지만 각각 소형전지·전자재료 중심인 만큼 전고체처럼 전략적 제품을 양산하기엔 울산의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울산사업장이 전고체 생산 거점으로 최종 확정될 경우 설비 투자 확대와 부품·소재 협력사 생태계 구축이 동시에 이뤄져 지역 고용은 물론 제조 기반이 강화돼 지역 산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이런 가운데 삼성SDI는 양산 이전 단계에서부터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BMW·솔리드파워와 전고체 배터리 개발 및 실증을 위한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해당 협약은 BMW의 차세대 테스트 차량에 전고체 배터리 모듈과 팩을 실제 탑재해 성능을 검증하는 게 골자다. 업계에서는 양산까지 약 2년이 남은 시점에 이 같은 실증 착수는 사실상 BMW 물량 확보에 들어간 조기 수주 단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BMW는 앞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첫 전기차를 2033년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이는 삼성SDI의 기술 로드맵과 수요 방향이 일치한다. 이번 협약에는 향후 로봇 등 신규 시장에서의 전고체 배터리 적용 협력도 포함됐다.

한편 삼성 뿐 아니라 SK, 현대차, LG, HD현대, 셀트리온 등 주요 기업들도 전날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후속 논의를 위한 민관 합동회의에서 총 80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를 약속했다. 실제 오는 2030년까지 국내에 역대 최대 규모인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현대차그룹은 국내 완성차 생산 공장의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국내 전기차 전용공장을 글로벌 마더팩토리 및 수출 기지로 육성해 국내 생산 차량의 해외 수출을 대폭 증대시킬 방침이다. 로봇공장도 구축해 그룹의 신사업인 AI·로봇 산업 육성과 그린 에너지 생태계 발전에 맞춰 투자를 추진한다. SK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기존 계획을 넘어서는 추가 투자를 예고했고, LG는 향후 5년간 100조원의 투자 계획 중 60%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에 투입해 국내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조혜정 기자jhj74@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