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세밑, 마음이 닿아야 할 곳 ‘양육원 아이들’

마음의 균열로 양육원 도달한 아이들 각종 복지시설 늘어나며 점점 잊혀져 따뜻한 마음 안고 용기내 찾아가보자

2025-12-09     전미향 울산광역시블로그 기자·창업일자리연구원 홍보팀장
전미향 울산광역시블로그 기자·창업일자리연구원 홍보팀장

 요즘도 고아원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6·25 전쟁이 끝난 지 오래고, 나라가 이렇게 부강해졌는데 아직도 그런 곳이 남아 있느냐는 질문이다.

 그러나 이 도시 울산에는 여전히 한 곳, 울산양육원이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예전 무거동에서 울주군으로 옮겨온 뒤 한 세대의 시간을 버텨내며 아이들의 하루를 품고 있다.

 사람들은 ‘부모가 없는 아이’를 고아라고 말한다. 그러나 요즘 양육원의 현실은 더욱 복잡하고 가슴 저리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있다. 다만 그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 혹은 보호받지 못한 채 스스로의 상처를 안고 기관으로 온 아이들이다. 예전처럼 배고픔이나 가난이 문제였던 시대가 아니다.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균열과 외로움이 아이들을 흔든다.

 양육원 관계자는 "정서적 충격을 안고 오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졌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그 말 한마디가 날카로운 바람처럼 가슴을 지나간다.

 한때 양육원은 지역사회의 따뜻한 발길이 가장 많이 머물던 곳이었다. 기업봉사, 교회, 동아리, 연말선물… 문턱이 닳도록 사람들이 찾아오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노인복지관, 장애인센터, 각종 사회복지시설이 늘어난 뒤, 정작 가장 ‘어린 존재들’이 있는 양육원은 점점 잊혀가는 느낌이다.

 아이들이라서일까? 선거권도, 목소리도 없는 아이들은 어느새 사회적 관심의 가장 끝자락으로 밀려나 있다.

 "부모라도 있으면 표라도 있을 텐데…." 어느 후원자의 씁쓸한 농담이 오래도록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울산양육원에는 현재 130여명의 아이들, 그리고 그들을 지탱하는 80여명의 직원들이 함께 살아간다. 한 명 한 명이 품은 사연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세상의 한쪽에 조용히 놓인 작은 마음의 상처’라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하다. 관심이라는 이름의 작은 불빛, 외면하지 않는 눈길, 말없이 건네는 손길이 필요하다.

 얼마 전 ‘제1회 트레비어와 함께하는 로즈페스티벌’의 수익금과 선물꾸러미를 들고 양육원을 방문했을 때, 그들은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맞이하듯 따뜻하게 문을 열어줬다. "이곳을 잊지 않아줘서 고맙다"는 듯한 미소, "아이들에게 관심을 조금만 더 부탁드린다"는 간절함이 눈빛으로 전해졌다.

 그 순간,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지며 오래전 우리 사회가 품었던 ‘순수한 나눔의 마음’이 떠올랐다.

 연말이 오고 있다. 사람들은 한 해를 돌아보고 마음속 문을 하나씩 닫아갈지 모르지만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한 번쯤은 마음의 빗장을 열어야 할 때가 아닌가.

 여전히 누군가의 온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 하나면 충분하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계절, 따뜻한 마음 하나가 아이들에게는 봄이 된다.

 다가오는 해가 가기 전 울산양육원을 한 번 떠올려보자.

 그리고 용기 내어 그 문을 한 번 두드려보자.

 이미 잊었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선한 마음이 그곳에서 다시 깨어날지도 모른다. 전미향 울산광역시블로그 기자·창업일자리연구원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