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누수·침하…울산 지하관로 노후 ‘경고등’
공업탑 인근 상수도관 누수 긴급 보수 지반 침하 17건 중 6건이 관로 손상 상·하수관 노후 누적 안전 관리 ‘구멍’ “지하매설물 집중 조사·추적 관리 강화”
2025-12-11 정수진 기자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0일 오후 4시께 울산 남구 공업탑 로터리 삼산 방면 도로에서 상수도 누수가 발생했다. 상수도사업본부가 누수 지점 인근 도로를 굴착해 확인한 결과, 2005년에 매설된 직경 350㎜ 상수도관이 파열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작업이 진행된 동안 4차선 도로가 한때 전면 통제되며 심한 교통 정체가 이어졌고, 버스를 이용하던 시민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일부 시민은 다른 정류장으로 이동하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했고, 버스가 정류장이 아닌 도로 한가운데에서 승객을 내려주기도 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균열이 난 관을 점검한 결과, 파손 부위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관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번 사고 지점은 도로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물을 보내기 위해 가로로 설치된 ‘횡단관’인데, 일반적인 매설 깊이(2~2.5m)보다 얕게 묻혀 있어 중·대형 차량의 반복된 하중을 받은 것이 파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긴급 보수로 당장 위험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년 추경 예산을 확보해 보강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횡단관 전체를 조사해 과거 사고 이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추가 보강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노후관이 파손되면서 흘러나온 물이 주변 흙을 씻어내 지반 침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하에 묻힌 상·하수관이 오래되면 이음새가 벌어지거나 관에 금이 가면서 누수가 쉽게 일어난다. 이번에 터진 상수관도 20년 가까이 지나 노후가 진행된 상태였다.
지난 8월에도 공업탑 로터리 수암동 방면 도로에서 직경 1.2m, 깊이 4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했는데, 20년이 훌쩍 넘은 노후 우수관이 파손되면서 흙이 유실돼 도로가 꺼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사고는 자칫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공업탑 일대는 차량 통행량과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어서, 사고 발생 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된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울산의 상수도관 3,722㎞ 가운데 21년 이상 지난 관로는 1,463㎞에 달한다. 하수관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체 4,753㎞ 중 1996년 이전에 묻힌 관이 2,098㎞로 거의 절반에 이른다.
지하안전정보시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울산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 17건 가운데 하수관 손상이 5건, 상수도관 손상이 1건으로 확인돼 지하시설물 노후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울산시가 지난해까지 마친 지반 탐사는 4,726㎞ 중 84.3㎞에 불과해 누수나 지반 침하 같은 사고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호 한국지하안전협회장은 “지반침하는 오래된 관로, 굴착 작업, 지질 여건 등 여러 이유로 생기는데, 구체적인 원인을 떠나 한 번 침하가 일어난 구간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며 “사고가 이어진 구간이라면 지하매설물을 집중 조사하고 추적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