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 울산! 웅비(雄飛)할 이유 차고 넘쳐

한국 경제, 일부 산업 초호황과 부진 공존 K자형 양극화 넘어서는 국가적 전략 필요 주력산업에 AI 적용 신성장 동력 만들자

2026-01-04     이동구 외부기고자이동구 울산대학교 초빙교수·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디지털혁신 U포럼 위원
이동구 외부기고자이동구 울산대학교 초빙교수·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디지털혁신 U포럼 위원장·공학박사

최근 한 방송에서 인기리에 종영(終映)한 드라마, ‘서울 자가(自家)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시청했다. 약 25년을 오로지 한 회사에 인생(人生)을 바친 김부장이 갑자기 명예퇴직을 당하고 정체성에 큰 혼란을 겪는다는 줄거리다. 처절(凄切)한 직장 생활과 이어진 퇴직 이후의 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줘, 김부장 또래의 시청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함께 속상해했을 듯하다. 또한, 젊은 시청자들은 퇴직을 앞둔 아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많이 안타까워했을지도 모른다. 38년 가까운 세월을 오로지 한 직장에서 보낸 나는 행운아(幸運兒)인지도 모른다.

작금의 현실도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대기업들이 잇따라 희망퇴직과 명예퇴직을 단행하고 있지 않은가. 이럴 때 IMF 국가 금융위기 때의 신조어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이태백’은 20대 태반이 백수, ‘삼팔선’은 38세가 되면 남을까 나갈까 선택하며, 45세가 정년퇴직이라는 ‘사오정’, 그리고 56세까지 회사를 다니면 도둑놈이라는 ‘오륙도’까지. 우리 MZ세대에게도 이런 풍경이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남의 일이 아닐 게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직업의 수명이 짧아지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30대 초반부터 은퇴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일부 산업의 초호황과 함께 대다수 산업의 부진이 공존(共存)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수출 중심의 회복과 AI 훈풍에 힘입은 반도체 및 정보통신기술(ICT), 그리고 수주 잔고가 쌓인 조선산업 등이 경제 전체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화학, 철강 등 중국발 공급 과잉과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전통적인 굴뚝산업은 혹독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아울러 자동차 및 이차전지 산업 역시 대외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성장세가 위축될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수출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7000억 달러를 넘고, 반도체 등 주력산업이 경기 회복을 이끈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깊이 주의해 볼 부분도 많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더욱 벌어진 양극화가 첫 번째다. 그리고 AI, 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석유화학, 철강 등 기존의 주력산업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深化)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수출의 낙수(落水) 효과가 줄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집, 주식 등 자산이 있는 사람은 돈을 더 벌고, 없는 사람은 더 힘들어지는 자산 양극화가 요즘 세계적인 K자형 양극화 흐름이다. 올해도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경제 한파(寒波)를 버텨내야 한다.

올해는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선거의 해다. 정부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약 14조 원의 소비 쿠폰을 풀었다. 쿠폰 효과가 사라지면,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정부가 돈을 지나치게 풀면 돈값이 떨어지고 수입 물가가 올라, 결국 애꿎은 서민들이 피해를 본다. 특정 분야에 치우친 성장과 회복이 고착되지 않게 산업구조를 바꾸고, 경제 회복의 온기가 미치지 못하는 윗목을 데우는 일보다 시급한 민생(民生) 정책은 없다. 정부는 기업 일자리와 주식시장 등 민간의 분배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울산은 전 세계 어디와도 견줄 수 있는 양질의 제조 데이터를 이미 축적해 놓았다. AI 발전의 핵심인 데이터와 최근의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으로 전력 인프라까지 안정적으로 갖춘 셈이다. 울산은 연속공정(석유화학), 대형 조립(조선), 대량 생산(자동차) 등 제조업 클러스터가 집적된 세계적으로 유일한 도시로, 제조업 AI 혁신의 종합 실증이 가능한 곳이다.

울산은 디지털혁명 시대 도래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및 AI 시대에 맞서 스마트 제조와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병오년에는 AI 기술을 울산 주력산업 전반에 적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가자.

울산이여! 대한민국 ‘AI 수도’를 향해 힘껏 웅비(雄飛)하라!

 

이동구 외부기고자이동구 울산대학교 초빙교수·한국화학연구원 명예연구원·디지털혁신 U포럼 위원장·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