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울산 중학교 ‘배정 대란’…“원인은 교육정책 전략 부재”
새학기 강남 60명·강북 90명 강제배정 전년비 줄었지만 특정 학군 쏠림 여전 교육청 “무작위 추첨 따른 불가피한 결과” 교육계·학부모, 상향 평준화 노력없이 기계적 분산 배치 급급 학생만 피해 지적
2026-01-13 강은정 기자
13일 울산강남·강북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지난 9일 발표된 울산 중학교 신입생 배정 결과 1~4지망 학교 외에 강제배정된 학생은 강남지역(남구·울주군) 60명, 강북지역(중구·동구·북구) 90명이다. 강남지역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며, 강북지역은 140명에서 90명으로 줄었다.
강제배정 인원은 다소 감소했지만, 특정 지역과 학교로의 쏠림 현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강남에서는 남구 옥동·야음 학군에서, 강북에서는 동구 지역에서 강제배정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동구는 구 전체가 하나의 학군으로 묶여 있어 선호 학교가 비슷한 상황에 일부 학교로 지원이 집중되는 구조다.
교육지원청은 정원 초과로 인한 무작위 추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강남·강북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별 입학 정원이 정해져 있어 특정 학교에 학생이 몰릴 경우 분산 배치 외에는 방법이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이러한 설명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기보다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학교 간 교육 여건과 인식 격차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희망 학교 선택만 허용하는 배정 방식이 유지된다면, 쏠림과 경쟁은 예고된 결과라는 것이다. ‘어느 중학교에 가도 괜찮다’는 신뢰를 정책적으로 만들지 못한 책임이 배정 논란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구 옥동에 사는 한 학부모는 “집 근처에 학교가 여러 곳 있음에도 왕복 1시간이 넘는 학교로 배정됐다. 집에서 학교까지 한번에 타고갈 수 있는 버스편이 없어 2번이나 갈아타야하는 상황”이라며 “가까운 학교는 학군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부모들은 더 ‘좋다고 알려진 학교’를 찾을 수밖에 없다”라며 “먼거리를 가더라도 ‘좋은학교’라면 감수할텐데 면학 분위기가 좋지 않은 학교에 배정되는 것이어서 불만이 크다”라고 했다.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희망 배정이 아니라 로또 배정’, ‘강제배정된 아이들만 부담을 떠안는 구조’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배정 결과 발표 이후 울산교육청 ‘교육감에 바란다’ 게시판에도 재배정이나 배정 기준 공개를 요구하는 글이 30여건 게시됐다.
이 같은 논란의 본질은 울산교육청의 학교 육성 비전 부재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학교 선호 현상은 학교마다 천차만별인 학습 분위기, 시설 노후도, 특화 프로그램 유무가 가른 결과다.
다른 시도의 경우 비선호 지역 학교에 우수 교원을 우선 배치하거나 AI·예술 특성화 브랜드를 입혀 ‘찾아오는 학교’를 만드는 데 주력할 때, 울산교육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학교 간 격차를 좁히기 위한 과감한 예산 투입이나 파격적인 교육과정 도입 없이 기계적인 분산 수용에만 급급하다보니 학생과 학부모들은 매년 운명의 뺑뺑이 앞에 서게 되는 셈이다.
울산교육청은 오는 3월까지 새로운 중학교 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학교 간 교육 여건을 상향 평준화하려는 정책적 비전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배정방식 조정은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특정학교에만 학생이 몰리는 근본 원인에 대한 진단과 대책이 선행되지 않는 한 쏠림 현상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중학교 배정의 해법은 배정 프로그램의 고도화가 아니라, 어느 학교에 가더라도 학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학교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라며 “울산교육청이 ‘배정 기술자’의 태도를 버리고 ‘교육 설계자’로서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울산의 중학교 배정 잔혹사는 내년에도 되풀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