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신년음악회’로 시작하는 새로운 한 해
새해 클래식 포문 ‘빈필 신년음악회’ 인기 전 세계 애호가 발길 … 문화예술 브랜드화 울산도 경쟁력 갖춘 공연문화 활성화 기대
2026년 붉은 말의 해, ‘병오(丙午)’년 새해가 밝은 지 어느새 열흘이 훌쩍 지났다.
지난해 12월, 겨울의 문턱에서 주위의 많은 이들이 지난 여름의 뜨거웠던 열기를 잊지 못하면서 이번 겨울은 기억에 없을 만큼 추운 겨울이 될 거라고들 얘기했다. 더위보단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무서운 ‘저주’처럼 들린다. 있는 대로 껴입고 가릴 수 있는 신체 거의 모든 부분을 가려도 스며드는 냉기와 북풍은 결국 참을 수 없을 만큼의 두통으로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는 말이 잘 들어맞는 겨울을 보내며 남은 1~2월도 큰 추위 없이 지나가길 기대해 본다.
2026년 올해가 ‘붉은 말’의 해라는 말을 처음 듣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몽골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나 볼듯한 치렁치렁한 갈기를 휘날리며 초원을 달리는 말 떼 아니면 뜨거운 모래밭이 펼쳐지는 사막을 건너는 상인들을 태운 말들이었다. 신이 창조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라는 ‘말’은 견디기 어려운 자연환경 속에서도 자유롭고 힘차게 살아가는 동물로 에너지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그래서인지 ‘붉은 말’의 해 2026년은 각자에게 뜨겁고 열정적인 일들이 펼쳐질 기운이 넘칠 것이라고 한다.
신정(新正) 연휴가 있었던 어린 시절 이 기간 동안 빼놓지 않고 즐겨보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비엔나 신년음악회(Vienna New Year’s Concert)’였다. 멀고도 먼 나라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서 1월 1일 오전에 열리는 신년음악회를 뭐가 좋다고 그리 즐겨봤을까? 지금도 그 이유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무척 멋져 보였던 것은 잊을 수가 없다.
전 세계 신년음악회의 대명사처럼 대표되는 ‘비엔나 새해 콘서트(Neujahrskonzert der Wiener Philharmoniker)’는 오스트리아 빈(Wien)에서 새해 첫날 아침에 비엔나 필하모닉이 연례 클래식 음악 콘서트를 연주하는 행사로써, 콘서트는 11시 15분에 비엔나시립극장의 하나인 무지크페라인(Musikverein)에서 열리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12월 30일, 12월 31일, 1월 1일에 같은 콘서트 프로그램을 연주하지만, 매년 마지막 콘서트인 1월 1일 공연만 라디오와 텔레비전으로 방송되는데,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 동시 방송되고 있다.
1939년부터 요한 시트라우스 가문의 왈츠(Waltz), 폴카(Polka), 행진곡(March)들을 주 레퍼토리로 진행해 새해를 시작하는 희망과 기대를 신나고 경쾌한 음악과 함께 하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대표 콘텐츠가 됐다. 문화예술의 콘텐츠화, 브랜드화를 가장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전세계 클래식 음악팬들이 이 공연을 현장에서 관람하기 위해 연말연시 비엔나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와 관광이 잘 어우러져 도시의 상징이 됐다. 예술이 주는 아름다움과 감동. ‘비엔나 신년음악회’는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임을 자부하는 오스트리아가 만들어낸 현대의 공연 예술 작품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연말부터 새해에는 지역의 문예회관 신년 프로그램으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검색해 보게 된다. 올해에는 어떤 연주자들이 울산을 찾아오고 어떤 기대되는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는지
아쉽게도 신년음악회가 준비된 극장은 1곳 뿐이었다. 굳이 비엔나 스타일의 신년음악회가 아니더라도 우리 전통음악을 주로 한 국악 버전의 신년음악회면 어떠하리. 우리의 흥에 맞는 민요와 악기들로 과거와 현대를 잇는 우리네 방식의 신년음악회도 나쁘지 않을 텐데. 7,000년 전 반구대 벽화 속 고래가 춤추고 듣고 있노라면 절로 어깨가 으쓱으쓱해지는 우리 장단에 맞춰 액땜과 소원을 담는 것도 좋으리라.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각자의 취향에 맞춘 아름답고 신나는 음악에 희망과 기대를 담아 2026년 병오년 한 해가 우리 모두에게 활화산(活火山)처럼 폭발하는 열정 가득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해가 되길 바란다. 최영애 울산음악창작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