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마 흔적 따라 다시 보는 ‘울산의 시간’
[울산박물관 테마전 ‘적토마가 온다’] 조선시대 울산, 삼면 바다 지형 활용 대규모 국영목장 운영 군마 공급 핵심 ‘대부장경호’ ‘울산목장지도’ 등 유물 말을 통한 고단한 시대상 재조명
2026-01-19 고은정 기자
말띠해를 맞아 열린 제1차 테마전 ‘적토마가 온다’는 새해의 상징을 꺼내 들었지만, 울산과 말의 연결고리를 알려주는 전시였다.
말을 기르는 일은 지역민의 노동이기도 했다. 목장 운영 과정에서 울산 백성들이 동원됐고, 말을 관리하는 목자는 전문성이 요구돼 역을 자유롭게 바꾸기 어려웠으며 자손에게까지 세습됐다. 먹이와 건강 관리, 훈련과 번식, 군사 부서나 지방관청으로 말을 보내는 일까지 맡았다는 설명은 ‘울산의 말’이 곧 ‘울산의 삶’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시는 울산에서 말의 흔적을 유물로도 확인하게 한다. 특히 관람객의 시선을 오래 붙드는 유물 가운데 하나는 대곡댐 사업 편입부지(울산 울주군 두동면 삼정리) 내 석곽묘에서 출토된 ‘대부장경호’다.
여러 점의 말 그림이 토기 ‘목 아래’ 부분에 자리해, 생각보다 선명하진 않지만, 관람객이 자연스레 몸을 숙이고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장면이 만들어진다. ‘말’이 상징으로만 남아 있는 게 아니라, 눈높이를 낮춰 가까이 마주해야 보이는 흔적으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전시의 메시지와도 맞닿는다. 이 유물은 말이 신화와 믿음 속에서 어떤 존재였는지도 보여주는데 뚜렷이 볼 수 없는 말 그림은 옆 벽면에 그림을 확대해 따로 소개하며, 과거 말이 사람의 영혼을 인도하고 신을 태우는 존재로 인식됐다고 설명한다. 울산의 말은 땅 위에서 달리며 군사·운송의 역할을 했고, 동시에 마음속에서는 신성의 상징으로 격상된 것이다.
조선 후기 전국적인 읍지편찬사업을 추진하면서 1872년 제작된 ‘울산목장지도’(복제본)도 전시의 또 다른 축이다. 말 목장이 이탈 방지와 효율적 사육을 위해 반도나 섬 지형에 놓였다는 설명과 함께, 남목마성이 삼면이 바다인 지형을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목장을 조성할 수 있었다는 해설이 이어진다. 바다를 울타리 삼아 말을 키웠던 울산의 풍경이 지도 위에서 복원된다.
이 외에도 울산 북구 중산동 단독주택 신축부지유적 내 목곽묘에서 출토된 삼국시대 ‘말 이빨’, 울산 북구 연암동 일원 울산오토밸리로 2공구 내 석곽묘에서 출토된 삼국시대 ‘등자’도 울산의 ‘말’ 흔적이다.
말띠해에 열린 울산박물관의 ‘적토마가 온다’는 결국 ‘힘차게 달리자’는 새해 덕담을 울산의 역사 속 ‘말의 기억’으로 되돌려놓는 전시다. 산업도시의 현재 뒤편에 남아 있던 군마의 길, 그리고 사람들의 삶과 믿음까지 품었던 말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울산이 걸어온 시간의 속도도 새삼 다르게 보인다. 전시는 3월 29일까지 울산박물관 기획전시실Ⅰ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