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예비 중학생의 생존법 ‘인스타 단뎀’
배정 발표후 파도타기 초대로 단뎀방 형성 입학 전 친교 도모 불구 학폭사례 부작용도 참여 여부로 불이익 없어…신중히 결정을
중학교 1학년인 지인 딸의 표현을 빌리면 교실에 ‘별의별 인간이 다 있다’고 한다. 6년 동안 보아오던 익숙한 친구들뿐 아니라 여러 초등학교 출신의 인물들이 모여든 중학교 교실. 게다가 초등학교와 달리 담임이 상주하지 않는 중학교 교실에서는 사춘기의 언행들이 경계 없이 방출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전두엽은 아직 미완성인데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는 활성화된 중학생들의 집합이니, 그 관계가 얼마나 다사다난하고 힘이 들까.
최근 예비 중학생들 사이에서는 이 낯선 세계에 발을 내딛기 전 ‘인스타 단뎀(인스타그램 단체 Direct Message)’을 만들어 미리 친교를 쌓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카카오톡은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공유하는 공식적이고 의무적인 수단으로 여겨지는 반면, 인스타그램은 보호자 눈에 덜 띄는 자신들만의 힙(Hip)한 소통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보통 1월 중학교 배정 발표가 난 후, 소위 트렌드에 앞서가는 아이를 시작으로 파도타기 초대를 통해 ‘범초등학교 단뎀방’이 형성된다. 중학교 입학 전의 불안감을 달래고 정보 공유 및 친교 형성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뎀방 밖의 누군가를 소외시킬 수도 있고, 또한 단뎀방 안에서 누군가의 개인 정보를 유출함으로써 해당 학생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게 할 수도 있다.
6학년 담임을 했던 한 지인의 학교에서 일어난 예비중 인스타단뎀 학폭 사례는 이런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건의 주동자 ‘의별이’(가명)와 피해자 ‘애연이’(가명)는 6학년 때 이미 본인들의 흡연 사진을 SNS에 올려 지도를 받은 적이 있다. 그 뒤로도 애증인지 우정인지 모를 애매한 관계를 유지했고 둘은 같은 중학교에 배정받게 되었다.
의별이는 애연이 몰래 예비중 인스타단뎀방을 만들어 30여 명을 모았고 그 단뎀방에서 애연이의 흡연 사실을 언급했다. 얼떨결에 단뎀방에 들어온 대다수의 학생들은 침묵을 택하고 반응을 하지 않았으나 서너 명의 아이들이 호응을 하며 애연이의 얼굴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의별이는 기다렸다는 듯 애연이의 얼굴 사진을 단뎀방에 올렸고 그 아이들은 애연이의 얼굴을 평가하며 험담을 주고받았다.
그 단뎀방에 들어와 있던 애연이 친구가 그 사실을 애연이에게 전했고 애연이는 부모와 학교에 이 사실을 알렸다. 졸업식을 앞둔 바쁜 시기에 여러 학교의 담임과 학폭 담당자들은 직접적 발언을 한 관련자들에게는 사과문을, 침묵했던 수십 명의 아이들에게는 ‘비밀유지 각서’를 받아주어야 했다. 이후 애연이는 가해학생들과의 분리를 이유로 졸업식까지 등교를 거부했다. 그런데 졸업을 앞둔 어느 날, 몸이 안 좋다며 조퇴했던 의별이가 학교 밖에서 은밀히 애연이를 만나 함께 흡연을 했고 그 사진을 또 SNS에 올렸다. 그동안의 학폭 지도와 각서 따위가 모두 무용지물이 된 순간이었다.
이제 애연이의 부모는 연초보다는 차라리 전자담배가 낫다며 전자담배를 직접 사주신다. 더 이상 딱히 피해학생의 모습이 아니게 된 애연이는 결국 졸업식에도 불참하고 말았다. 졸업을 앞두고 불미스러운 일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졸업식조차 함께 하지 못한 그 아이의 열세 살이 안타깝다.
만약 인스타그램이라는 매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지나가는 바람처럼 성장통으로 치부할 수도 있었을 일이 SNS 속에서 너무 선명하게 박제되고 말았다. 그래도 부디 언젠가 그 아이들이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었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예비중학생들의 단뎀 문화,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단뎀 초대를 받았다면 아이의 성향에 따라 신중히 수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이 크다면 잠시 단뎀방의 분위기를 관찰하게 하되, 특정인의 개인정보 유출이나 비방이 보이면 그 행동을 제지하거나 또는 그 방에서 즉시 나와야 한다.
온라인 친목보다 실제 만남을 중시하는 아이라면 “중학교 가서 직접 만나서 친해지고 싶다”는 완곡한 거절 메시지를 전해도 된다. 서두에 등장한 지인의 딸도 중입을 앞두고 예비중 단뎀 초대를 받았었다고 한다. 아이는 부모에게 상의를 했고, 대화 끝에 그 단뎀 초대는 조용히 거절했다. 아이가 원래 SNS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 그런 것에 미련이 없었고, 3월 입학 후에도 단뎀 거절에 따른 불이익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렇듯 입학 전 단뎀 참여 여부가 중학교 생활을 결정짓지 않음을 알고 가볍게 넘겨도 좋겠다.
세상이 변했어도 사람과 사람의 진정한 관계는 여전히 마주하는 눈빛 속에 있다. 날고 기는 SNS가 있을지라도 실제 마주하는 시간 속에서 비로소 서로의 진짜 모습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3월 첫 만남의 낯섦과 설렘을 기꺼이 남겨둘 수 있는 이유이다.
김은진 개운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