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관세 인상”…車업계 “악몽 재연되나” 패닉

작년 25% 부과에 자동차 대미 수출 13.2% 감소 현대차 비용부담 5조 넘어…재인상시 연 8조 추정 가격 경쟁력 저하 등 지역 제조업 전체 악재 우려

2026-01-27     조혜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간 무역합의인 3,500억달러(약 505조원) 규모 투자 이행을 압박하며 한국 자동차 관세와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 의존도가 큰 울산 제조업계가 또다시 패닉에 빠졌다.

울산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방점이 찍힌 미국의 관세정책 등으로 작년 수출이 전년 대비 1.5% 줄어든 868억 달러를 기록하며 4년 만에 최저점을 찍은 바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불안감이 크다.

현대차그룹 등은 작년 10월 한미 관세협정 세부 합의 타결로 미국 자동차 관세가 다른 국가와 같은 15%로 인하되자 이를 기반으로 경영계획을 재정비해왔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히자 자동차 업계는 미국 자동차 관세가 처음 인상됐던 작년 4월 ‘악몽’을 다시 떠올리는 분위기다.

당시 트럼프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대미 자동차 수출은 관세 부과 기간 내내 전년 대비 감소했고, 작년 대미 자동차 수출액도 관세 여파로 13.2% 감소한 301억5천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구매 보조금을 폐지한 전기차 수출은 매월 ‘0’에 가까운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록 작년 10월 한미 관세 협상 세부 합의 타결로 이은 11월부터 관세가 15%로 낮아지긴 했지만, 현대차그룹은 2,3분기 관세 여파로 4조6,000억원(현대차 2조6,000억원·기아 2조원)의 비용을 부담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4분기 손실을 합치면 총 관세 비용은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가 다시 25%로 인상될 경우 자동차 업계는 수익성 악화에 더해 가격 전략과 생산-투자 계획 전반에 대한 큰 폭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이 국내 1위 완성차업체인 현대차가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피지컬 AI(인공지능) 비전에 힘입어 주가가 고공행진 하는 상황에서 또 한 번의 관세 인상은 자동차 업계와 울산 제조업을 넘어 국내 산업계 전체에 찬물을 끼얹을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설상가상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이 상대적으로 침체할 가능성이 커 관세 인상의 파급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예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작년 발간한 자동차 산업점검에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율이 25%로 유지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관세 비용이 연간 8조원을 넘기고, 영업이익률도 6.3%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다 직영정비센터 폐쇄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GM 같은 경우는 철수설이 또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가 발표한 ‘2025년 울산 수출입 평가·2026년 수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울산의 작년 수출은 868억 달러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수출 감소 원인으로는 미국의 품목 관세 부과와 현지 생산 확대에 따른 자동차 수출 감소(245억 달러, -10.4%), 국제유가 하락·중국발 생산증대로 인한 석유제품 수출 감소(220억 3000만 달러, -9.2%)가 꼽혔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작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울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대비 0.7%p 하락한 12.2%를 기록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적 조치가 울산지역 제조업의 매출 감소와 거래 불확실성 증가로 직접 연결된다는 조사 발표도 있다. 최근 한국은행 울산본부와 UNIST 이창훈 교수가 공동 실시한 ‘무역장벽 확대가 울산지역 제조업 공급망 재편과 리스크 관리에 미치는 영향 분석’ 결과 무역장벽으로 인한 주요 피해 유형으로 △납품 물량감소(23.9%) △관세·통관비용 증가(16.3%) △계약 지연·취소(26.1%) △신규 주문 감소(17.4%) △바이어와의 공급 조건 변경(18.3%) 순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리스크에 대해 감당 불가”라는 응답도 전체의 28.3%에 달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만 25% 관세 받으면 계속 15% 적용되는 일본이나 유럽산 자동차보다 불리해질 것은 굳이 말 안 해도 되지 않느냐”라며 “관세 협상이 제대로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고 한동안은 자동차 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