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증원 재추진…의정 갈등 재현되나
2027학년도 최대 840명 증원 추진 울산대 의대 10명 증원 가능성 솔솔 ‘더블링’ 수업에 인프라 이미 ‘한계치’ 데이터 불투명·비과학적 추계 이유 의료계, 정부 오락가락 행정 비판
2026-02-02 강은정 기자
# 숫자만 바뀐 ‘2년 전 데자뷔’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3일 열리는 제6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2027학년도 의사인력 양성 규모와 대학별 배분 방향이 구체적으로 논의된다.
보정심은 앞선 회의에서 2037년 의사 부족 규모를 4,260명~4,800명으로 추산했다. 2030년 신설 예정인 공공의학전문대학원과 6년제 지역의대 정원 600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인원을 충당하기 위해 연간 최대 84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의대 교육 여건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는 매년 580명 안팎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은 정원이 40명인 미니의대에 속해 증원 대상 대학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니 의대의 경우 10명 안팎 증원이 거론되며, 울산대가 포함될 경우 정원은 50명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방안이 나오자 의정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24년 의정 갈등 당시 의료계가 가장 강하게 문제 삼았던 부분은 의사 인력 부족 추계의 신뢰성이었다. 정부는 여러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지만 의료계는 “특정 수치를 발췌해 확대 해석한 비과학적 계산”이라고 반발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정부 설명의 핵심 논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를 이유로 증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세부데이터와 추계 모델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며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AI, 디지털 의료 기술 발전으로 인한 업무 효율성 강화, 진료 전달체계 개편 가능성 등 미래 변수가 추계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교육 현장의 수용 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울산대학교 의대를 포함한 다수 의대는 2024~20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이른바 ‘더블링’ 사태를 겪고 있다. 강의실, 해부학 실습용 카데바, 교수 인력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강의실 부족으로 강제 합반 수업을 하는 의대가 67%에 달한다.
이런 여건 속에서 또다시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교육 인프라 개선 없는 숫자 확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양적 확대가 질적 저하로 이어질 경우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 의협 “증원 결과에 따라 총파업도 고려”
의대 증원이 가져올 경제적 파장도 고려 대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의사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 의료 이용량도 동반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이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는 진료 접근성이 개선되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져 미래 세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협은 “준비되지 않은 의대 증원은 수백조 재정 재앙을 미래세대에 물려줄 것”이라며 “역량을 갖추지 못한 의사를 양산하면 의료 서비스 질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한때 대규모 증원이 아니면 필수의료지역, 지역의료를 살릴 수 없다며 강경기조를 유지했다가 입시 혼란과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자 증원분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증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책 신뢰도도 크게 흔들린 모습이다.
의료계와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오락가락 하다보니 원칙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라는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의대 증원이 이뤄질 경우 지역의사제를 도입해 배치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이를 두고도 “결국 증원 불가피론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 정책 방향은 달라진 게 없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의료계는 “정부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를 막으려면 숫자 발표에 앞서 교육, 수련 인프라 개선과 데이터 공개 등 현장 인프라 개선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라며 “2년전 실수를 되풀이하며 근거없는 증원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다면 2026년 의료 개혁 역시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협은 보정심 논의 결과를 보고 총파업 등 대응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