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울산서 또 산재 사망사고, ‘안전 특단 대책’은 어디로

2026-02-08     강정원 논설실장

  산업수도 울산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일 새벽, 태광산업 울산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인 클로로폼이 누출돼 이를 점검하던 38세 노동자가 끝내 숨진 것이다. 사고의 경위를 뜯어보면 과연 이 공장이 그동안 강조해 온 ‘안전 경영’이 실체가 있는 것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人災)’의 징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노동계와 유족 등에 따르면 고인은 사고 당시 유독가스에 노출돼 쓰러진 뒤 약 40분간 방치됐다고 한다. 관제실과 CCTV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료나 관리 체계가 그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위험 물질을 다루는 현장에서 필수적인 ‘2인 1조 작업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고,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단독으로 배관에 접근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더욱 공분을 사는 대목은 열악한 근무 환경이다. 고인은 최근 한 달간 4조 3교대 원칙이 무너진 채 하루 12시간 맞교대 근무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극심한 피로가 누적된 노동자를 안전 보호구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지로 내몬 셈이다. 사고 이후 가족에게 즉시 연락하지 않는 등 사측의 미흡한 사후 대처 역시 기업의 윤리 의식을 의심케 한다.

  태광산업 울산공장의 사고 잔혹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폭발 사고로 10명이 다쳤고, 2021년에도 폭발 사고가 있었다. 특히 지난 2024년에는 산업재해를 숨기려다 고용노동부에 적발돼  ‘산재 은폐 기업’이라는 오명까지 썼다. 안전보건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참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보여주기식 대책’으로는 안 된다. 당국은 이번 사고를 철저히 조사해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엄격히 가려내야 한다. 특히 경영책임자가 안전 확보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했는지, 인력 운용에 문제는 없었는지를 낱낱이 파헤쳐야 할 것이다.

  울산은 거대한 화학 공장과 제조 시설이 밀집한 지역이다. 한 번의 실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 가치여야 한다. 기업은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이윤 추구를 즉각 멈추고, 노동당국은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아닌 현장을 뿌리부터 바꾸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