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특수교육 대상자 선정 제도 보완 필요”

전문가 판단 특수교육 필요 원아 학부모 동의 안하면 일반학급배치 “특수 낙인” vs “일반 교사 부담”

2026-02-18     강은정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울산을 비롯한 전국 유치원에서 특수교육이 필요한 원아가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일반학급에 배치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교사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교사들은 “아이에게 맞는 교육 환경을 제때 제공하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18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 신청과 선정 동의 권한은 학부모에게 있다. 전문가와 교사가 특수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일반학급에 배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장에서는 특히 학습 속도가 현저히 느리거나 주의집중이 어려운 ADHD·경계성 원아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원아들은 종합 판정을 통해 특수교육 지원 대상이 되기도 한다.

교사들은 조기 진단과 전문 교육을 받을 경우 행동 개선 가능성이 높음에도, 일부 가정에서는 일반학급 적응을 먼저 시도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울산의 한 유치원 교사는 “특수교육 대상이거나 경계선에 있는 아이의 부모가 일반학급 배치를 원하면 거부하기 어렵다”며 “특수교사의 상시 지원 없이 20여 명을 맡은 교실에서 개별 지도를 병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학급 내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공격적 행동이나 수업 방해가 발생하면 지도 방식에 따라 민원이 제기되기도 하고, 사고가 나면 담임교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다. 교사들 사이에서 “사법적 부담 속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원아들의 학습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사의 관심이 특정 원아에게 집중되면서 수업 흐름이 끊기고 안전 관리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모든 아이가 안정적으로 수업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다만 특수학급 배치를 망설이는 학부모들의 심리도 단순히 선택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울산의 한 학부모는 “아이가 ADHD인데, 특수교육을 받으면 그 이력이 평생 따라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녀가 또래와 분리되면서 겪을 수 있는 낙인과 차별, 특수교육 이력이 향후 진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이 일반학급 배치를 택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교사들은 이런 학부모의 불안을 이해하면서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

한 교사는 “초기에 적절한 인지 훈련과 정서 지원을 받으면 일반 학생들과 큰 차이 없이 지낼 수 있는데, 그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며 “맞춤형 교육을 권유해도 부모가 반발하면 개입할 방법이 없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부모의 우려와 교사의 호소 모두 제도의 빈틈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한다. 특수교육은 분리가 아니라 맞춤형 지원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수교육 이력이나 진단명이 낙인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학부모의 선택을 탓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혼란 속에 정부는 최근 유치원 교사가 문제행동 원아를 일시적으로 분리해 지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사후 분리 조치만으로는 근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들은 일부 문제행동이 발달 특성과 행동 조절의 어려움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한 유치원 관계자는 “일반학급에 먼저 배치한 뒤 문제가 반복되면 분리하는 방식은 아이에게도, 교실 전체에도 부담이 된다”며 “전문가 판단에 따라 적절한 교육 체계 안에서 출발하는 것이 오히려 낙인을 줄이고 적응을 돕는 길”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특수교육대상자 선정 권한을 학부모 동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행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교육 전문가의 객관적 진단을 토대로 적절한 교육 환경을 일부 강제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울산 교육계 관계자는 “부모의 선택권을 존중하되,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 환경이 무엇인지 사회가 함께 설득하고 지원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며 “교사가 사법적 불안 없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보호 장치와 특수교육에 대한 선입견을 낮추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