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 인구감소 시대 ‘생활인구’ 관리전략이 해답
인구감소지역 70% ‘체류인구’…소비 40% 담당 소비 유형·라이프스타일 맞춰 인프라 개발해야 기꺼이 지갑 열고 그 온기 지역에 퍼져 나갈 것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약 40%에 달하는 89개 지역이 벌써 5년전에 인국감소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 현실은 지방소멸이 더 이상 대한민국의 먼 미래 경고가 아닌 우리가 살고있는 지역의 존립을 뒤흔드는 실존적 위협임을 말해준다. 최근 지지부진하던 행정체제 개편도 행정통합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고있는 현실도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 발등의 불이 되었음을 뒤늦게 인식한 결과다.
울산광역시도 민선자치 출범이후 20년 간 1% 내외로 인구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2015년에 정점을 찍고 그 이후 부터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112만 5천명으로 전국에서 제일 인구규모가 작은 광역지자체이며 용인시보다 인구가 작고, 고양시나 용인시의 추월도 멀지않다. 이제 울산시의 인구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현상이 되고 있어서 문제해결이 쉽지않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이 거대한 파고를 막기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기존의 정책들은 대부분 정주인구를 봍잡거나 유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출산장려금을 경쟁적으로 인상하고, 주거단지를 조성하며, 기업의 유치를 통해 외지인을 정착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국가전체의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착중심의 정책은 지자체 간 인구 빼앗기라는 제로섬 게임에 귀결될 뿐이다. 특정 지역의 인구증가는 반드시 다른 지역의 인구를 감소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도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을 초래하고 말 것이다.
이제는 사람이 어디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가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어디에서 실제로 시간을 보내고 소비하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가를 유연한 관점에서 정책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두된 생활인구의 개념은 인구감소 지역의 경제 생태계를 지탱하는 실질적인 주체이자, 지방소멸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전통적인 지역발전 이론은 대체로 생산에 초점을 맞춰왔다. 공업도시로 출발한 울산광역시가 이 이론에 따라 발전해 왔다. 그러나 노동공급의 주축인 청년층에 유출되고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것은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이는 결국 지역경제의 침체와 활력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인구감소 지역의 위기를 타개할 대안으로 소비의 가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비활동은 지역 내 소득과 고용을 창출하는 가장 직접적인 경로일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된 체류인구의 소비는 소상공인의 생계를 지탱하는 경제적 산소호흡기 역할을 한다. 전국 89개 인구감소 지역을 분석해 보면, 체류인구가 이미 지역의 실직적인 주역임을 증명한다. 실제로 인구감소지역 내 활동인구 10명 중 약 7명은 해당지역에 주소를 두지않은 체류인구다. 이들이 지역 전체 소비의 약 40% 담당하고 있다. 이 사실은 체류인구의 존재를 배제하고는 지역의 존립을 논할 수 없는 구조적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체류인구가 지역에 잠시 머물다 따나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 경제적 실효성이 의심받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산업연관표를 보면, 체류인구의 생산유발계수가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정주인구 보다 오히려 높다. 이 결과는 외지인의 소비가 단순히 스쳐가는 일시적인 지출이 아님을 보여준다. 결국 체류인구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이끄는 유효하고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인구감소 대응의 핵심과제는 단순히 주민등록상의 인구를 늘리는 양적 경쟁에서 벗어나 지역활동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체류인구의 소비활력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지역 내 소득과 고용으로 어떻게 선순환시킬 것인지에 대한 정책에 초점을 두고, 소비 특성 유형 맞춤 전략을 촘촘하게 짤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울산광역시는 정주인구 유치를 위한 정책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울산에 체류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선택하고 머물고 싶어하는 인프라와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생활인구가 지역에서 기꺼이 지갑을 열고 그 온기가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들에게 고루 퍼져나갈 때 비로소 인구감소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활력 넘치는 울산의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