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임박… 조선·자동차 등 울산 산업계 긴장

10일 시행…단체행동 가능성 주목 현대중·현대차 하청노조 교섭 나설 듯 성과급·임금 인상 등 현안 쟁점화

2026-03-02     김귀임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조선·자동차 등 울산 주요 산업 현장 전반이 ‘노란봉투법’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긴장 국면에 들어섰다. 하청 근로자의 원청 교섭권이 법적으로 열리면서, 파업 등 노사 갈등에 대한 대비 움직임은 시민 생활과 밀접한 공공기관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2일 지역 노동·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10일부터 시행되는 노란봉투법을 앞두고 국내 조선업계 맏형인 HD현대중공업의 하청 노조는 ‘현장 준비단계’에 들어섰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과 상호 단체교섭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원청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의 근로시간, 작업방식을 ‘구조적으로 통제’할 경우 양측은 단체교섭과 이에 따른 단체행동 등이 가능하다.

HD현대중공업 하청 노조는 원·하청 성과급 동일 지급 현안을 비롯해 ‘원·하청 교섭권’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동구비정규직노동자센터 주최로 김종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실장과 오세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란봉투법 대비 정책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게다가 현대중 하청노조는 지난 2017년 이미 원청과 하청 간 교섭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직접교섭 준비단계를 한 바 있다. 해당 소송은 노란봉투법이 만들어지기 전인 2018년 1심과 2심 판결 모두 회사가 이겼으나, 202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이관된 후 계류 상태다.

더욱이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작년 6곳의 주요 협력업체와 9년만의 단체협약에 들어갔으나 최종 결렬된 후 다시 성사되지 못한 이력이 있다. 당시 하청노조는 협력사에 통상임금 포함 임금 30% 인상, 8시간 1공수 등을 제시했다.

이 모든 셈법이 올해 노란봉투법 통과로 원청에 돌아올 것이라는 노동·산업계의 시각이다.

자동차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자동차 하청 노조는 이미 원청을 상대로 교섭 요구 공문을 전달하는 등 현장 대응에 착수한 상태다.

금속노조 소속 현대자동차 하청노조 4개 지회는 지난 1월 현대차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공장 현장에 부착하는 방법 등으로 전달했다. 내용에는 지난 2010년 ‘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다면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노조법상 사용자로 봐야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가 담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HD현대중공업에는 약 200여 곳, 현대자동차에는 사내외를 합해 8,500여 곳의 협력사가 있다는 산업계의 분석이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등은 올해를 ‘원청 교섭 쟁취의 원년’으로 선언하며 파업 등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외주·하청 비중이 높은 울산 산업 구조 특성상, 법 시행 이후 노사 갈등이 표면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기업 차원의 사전 대응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0일 울산상공회의소는 지역 기업 실무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노란봉투법에 따른 기업 대응 실무교육’을 열고,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교섭 구조 변화 등 주요 쟁점을 공유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공공기관으로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울산 중구에 본사를 둔 한국동서발전을 포함해 한국전력 산하 발전 공기업 5곳은 지난달 노란봉투법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공동 컨설팅 용역’을 발주했다. 총 2억3,000만 원이 투입된 이번 용역에서는 원·하청 교섭 과정에서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손해배상 책임 범위, 교섭 구조 변화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발전 공기업들은 다수의 협력사를 둔 산업 구조상, 법 시행 이후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가 본격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 교섭 요구 등 다양한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의하면 작년 기준 공공기관 수는 342곳, 임직원 수는 약 40만명이며 노조 조직률은 71.7%에 달한다.

정부는 제도 도입의 불가피성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외국기업 간담회에서 “개정 노동조합법은 노사 간 대화를 촉진하고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 기반을 강화하는 법”이라며 “기업 활동과 노동권 보호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