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법 3법, ‘국민’이란 말 뒤에 숨은 함정

핵심 ‘누가 최종인가’라는 권력 문제 정치바람에 흔들리면 독립적 권위 훼손 사법부가 신뢰 재건하고 자기개혁해야

2026-03-03     문호철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문호철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여당이 밀어붙이는 ‘사법 3법’의 핵심은 ① 법왜곡죄 신설 ② 재판소원 도입 ③ 대법관 증원이다. ‘사법의 책임성 강화’, ‘기본권 구제 확대’, ‘상고 적체 해소’ 같은 명분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는 사법의 근간을 건드리는 수준이며, 선의를 전제하더라도 위헌 논란과 국민 피해 가능성이 크다. 국회 본회의 상정.처리까지 일사천리 속전속결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축이 있다. 입법이 위헌적이라 해서, 사법부가 자동으로 ‘정의의 종(鍾)’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논쟁은 오히려 사법부의 권위의식·오만·비겁함을 같이 해부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사법부의 ‘국민 걱정’은 진심인가?

사법부 반발의 표면상 논리는 ‘국민 피해’다.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확정판결 이후에도 헌재로 다시 가게 되어 길고 긴 소송지옥이 될 수 있다. 당사자와 사회의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법왜곡죄 역시 구성요건이 추상적이면 고소·고발 남발과 재판 위축을 낳아 신속한 재판을 놓치게 된다. 문제는 판사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국민’을 걱정했냐는 것이다. 피고·검사·변호사보다 높은 법대(法臺) 위에 법복을 입고 국민을 오시해 오지 않았나? 국민은 사법 서비스를 ‘체감’하기보다 ‘감내’해 왔다. 그런데 세상이 자신들을 압박해 오니까 비로소 ‘국민’을 호출할 때, 그 언어는 진심이라기보다 방어용 레토릭으로 읽히기 쉽다. 특히 ‘재판소원’은 사법부의 자존심을 심하게 긁는다. 재판소원은 본질적으로 ‘대법원 확정’이라는 사법부의 상징적 종착역을 헌재가 다시 만질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즉 ‘최종심 권위’의 재배치다. 실제로 이 제도를 두고 헌재는 “위헌 주장 근거가 없다”는 취지로 반박하고 있다.

이 대립의 핵심은 ‘국민의 시간·돈’ 문제만이 아니다. 더 노골적으로 ‘누가 최종인가’라는 권력 문제다. 국민 입장에서는 “그래서 당신들은 지금까지 국민이 겪는 재판 지연·비용·불확실성을 그만큼 절실하게 다뤄 왔는가”라는 역질문이 즉시 가능하다.

법왜곡죄, ‘면책의 종말’이 두려운가?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의도적으로 법을 왜곡해 타인에게 부당한 이익/불이익을 주는 경우 사법적으로 처벌하는 취지로 설계돼 있다. 사법부가 느끼는 본능적 위협은 다른 데 있지 않다.

그동안 법관에게는 “오판은 상소로 고치면 된다”는 구조적 면책이 강하게 작동해 왔다. 이는 사법독립의 방패였지만, 동시에 책임 회피의 방탄복으로 기능해 왔다. 사법부가 법왜곡죄를 ‘사법독립’의 이름으로 방어할 때, 국민은 이렇게 느낀다. “판사의 권한이 형사책임 영역에 들어오자 ‘사법독립’이라는 성역을 꺼낸다”라고. 이 불신이야말로 사법 3법을 가능하게 만든 토양이다.

‘바람 불기도 전에 눕는 풀’이라는 조롱이 생긴 이유

사법부가 정치 바람에 너무 흔들릴 때 독립적 권위는 훼손된다. 최근 한국의 법정은 ‘정치의 온도’와 무관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반복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 형사재판의 계속 여부를 둘러싼 헌법 84조 논쟁에서 서울고법은 “헌법 84조에 따른 조치”라며 신속히 중단시켰다. 법리적으로 타당하냐를 떠나, “국민 다수가 재판 계속을 원했다/원치 않았다” 같은 여론의 싸움으로 번지는 순간 사법부는 이미 손해를 본다. 왜냐하면 사법부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비난이 아니라 ‘권위의 해체’이기 때문이다.

내란 재판 논란이 보여준 ‘판사의 세계’, 권위는 있는데 설득력이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재판을 진행해 온 지귀연 재판부는 지난해에는 공수처의 수사권 부재를 이유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했다. 그러나 1심 판결에서는 공수처의 수사권을 사실상 인정했다. ‘엄격’으로 알려진 이진관 재판부는 한덕수 전 총리에게 구형 15년보다 훨씬 많은 23년형을 선고하는 이례적 ‘역진(逆進)판결’을 보였다. 사법부의 공적 권력 행사 방식이 ‘그때마다 달라요’가 되면 그 권위는 오래 못 간다. 권위가 약해진 사법부는 정치가 던지는 ‘개혁’의 당의정(糖衣錠)에 취약해진다. 지금 벌어지는 일이 그것이다.

이번 사법 3법 사태의 절반은 사법부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국민의 재판 고통(지연·비용·불확실성)을 장기간 방치해 온 관성, ‘사법독립’을 방패 삼아 사법부의 권위와 오만함에 안주해 온 태도, 강력한 정치 바람에 미리 누워 버리는 정세 순응적 선택. 사법부가 지금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입법을 막아 달라”고 외치기 이전에 스스로 성역을 내려놓고 신뢰를 재건하는 자기개혁이다.

문호철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