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평가 피하려 ‘쪼개기 꼼수’”…울주 산골마을 태양광 갈등
두서 내와마을 축구장 7개 규모 추진 주민대책위, 사업자 편법 의혹 제기 농지 훼손·환경·식수 오염 등 우려 울산시·군에 엄격한 심사·불허 촉구
2026-03-10 신섬미 기자
# 쪼개기 편법·위장 등 난무
울주군 두서면 내와마을 태양광반대주민대책위원회는 10일 울주군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마을에 추진 중인 대규모 태양광 사업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마을 전체 72가구 중 90%에 달하는 64가구가 참여한다.
해당 태양광 사업 규모는 기허가 필지와 허가 신청 필지 다 합쳐 4만 7,639㎡(약 1만4,400평)이며, 신청 사업자는 13명으로 나눠져 있다.
이장과 마을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50m 이내에서 추가로 승인 등을 받으려는 경우 면적을 합산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 여부를 판단’ 하도록 되어 있다”라며 “현재 사업 신청 부지는 여러 필지가 맞붙어 있으며 총 면적이 4만㎡를 훌쩍 넘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은 생산관리지역으로 7,500㎡ 이상이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다”라며 “하지만 이를 피하려고 꼼수를 써 사업 부지를 나눠 신청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같은 필지에 사업자가 5명. 업체명은 ‘울산○○태양광’으로, ○○ 부분에 각각 명의자의 이름을 넣는 방식으로 구분됐다. 발전용량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피할 수 있는 99kW급에 맞춰 잘게 쪼갰다.
이에 대책위는 “울산시가 이 같은 쪼개기 사업을 하나로 묶어 심사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해야 한다”라며 “주민 의견 수렴도 제대로 안받았는데 관련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또 “울주군 역시 농지전용 심사를 통해 해당 사업을 엄격하게 검토해야 한다”라며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자연경관 훼손은 물론 식수와 농업용수로 활용 중인 지하수 오염, 온도 상승에 따른 농작물 피해 등이 크게 우려된다”라며 사업 불허까지 요구했다.
대책위는 이 같은 내용을 국민신문고와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접수했다고 덧붙였다.
# 전국 곳곳 태양광 난개발 분쟁
내와마을과 유사한 방식의 분양형 태양광 사업 갈등은 수년째 전국 농촌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논란이 된 사업들은 대부분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한 ‘쪼개기식’ 허가 신청이 문제됐다.
대표적으로 2020년 충북 옥천군 안남면에서 1만5,000㎡ 규모의 태양광 개발 계획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수개월간 옥천군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고, 지역 45개 단체가 참여한 ‘안남면 태양광 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조직적인 반대 활동이 이어졌다.
지자체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허가’라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옥천군의회 행정사무조사와 충북도의 행정심판 등을 거쳐 결국 태양광 시설 설치가 무산됐다.
당시 행정사무조사에서 “사업시행자의 총체적인 허위 보고가 확인됐다”라며 “옥천군 역시 사업자가 제출한 서류의 내용적 진실성을 확인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제출 서류 검토도 미흡했다”라고 언급했다.
절차상 적법성만 따질 것이 아니라 행정이 제출 서류의 실질적 내용까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내와마을 대책위 역시 “사업자 명의가 다르고, 일부 필지가 50m 이상 떨어져 있는 등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동일한 사업 목적을 가지고 동일한 설계사, 시공사, 접속선로, 진입도로가 확인되면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업으로 묶어 행정기관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 전환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설치 구역을 제한해온 이격거리 조례를 완화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등 관련 규제가 점차 풀리는 추세다.
이에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농촌 지역의 생활환경과 지역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경우 갈등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주민 의견 수렴 절차 강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미경 울주군의회 행정복지위원장은 “내와마을은 토질이 비옥해 농사가 잘되는 곳인데 농지 한복판에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면 주변 농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라며 “내와마을을 시작으로 인근 농촌마을까지 태양광 난개발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하위 법령이 마련되지 않았다”라며 “농촌 현실을 반영한 내용이 포함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