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란봉투법’ 시행, 현장의 불안감 외면하지 말아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이 어제부터 마침내 시행에 들어갔다. 법안 논의 단계부터 산업계의 거센 반발이 있었던 만큼, 시행 첫날 울산의 주요 산업 현장에서 감지되는 긴장감은 예사롭지 않다. 노동계는 기다렸다는 듯 ‘진짜 사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고, 사측은 법적 모호성을 우려하며 극도의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대형 사업장의 하청 노조들은 법 시행과 동시에 일제히 원청을 향해 교섭 요구서를 발송했다고 한다. 이들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반면 원청 기업들은 업종마다 다른 생산 구조와 지시 범위를 들어 ‘섣불리 대응할 수 없다’며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노사 양측의 평행선이 시행 첫날부터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법이 규정하는 ‘사용자’의 범위와 ‘노동쟁의’의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점이다. 개정법은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어디까지가 실질적 지배인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 이러한 모호함은 결국 모든 갈등을 법정으로 끌고 가게 만들 우려가 크다. ‘소송이 아닌 교섭으로 문제를 풀자’는 입법 취지와 달리, 오히려 ‘소송의 일상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계의 요구 역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임금 30% 인상이나 정규직 전환 같은 파격적인 요구안을 들고 당장 원청을 압박하는 방식은 자칫 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급격한 교섭 요구는 노사 상생보다는 갈등의 골만 깊게 만들 뿐이다. 경영계 또한 무조건적인 회피보다는 변화된 법 환경에 맞춰 하청 노동자의 안전과 권익 보호를 위한 실무적 대안 마련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번 법 시행이 원·하청 구조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가 크다. 그렇다고 현장의 불안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각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특히 울산지역 조선업과 같이 원·하청 구조가 복잡한 업종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두르는 ‘강행’이 아니라,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