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울산 ‘위기 가구 통합 대응체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울주군 일가족 참변이라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여 만에 울산시가 전격적인 대책을 내놨다.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울산형 통합돌봄 및 위기가구 발굴·연계 강화 종합대책’은 기존 복지 체계의 고질적 한계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기대가 자못 크다. 무엇보다 ‘기다리는 복지’에서 ‘먼저 찾아내는 복지’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점을 높게 평가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복지 행정의 고질적 문턱이었던 ‘신청주의’를 넘어서는 데 있다. 본인이 직접 도움을 요청해야만 지원이 시작되던 관행에서 벗어나, 경찰·소방·학교 등 유관기관과 지역 이웃이 발견한 위기 징후를 즉각 행정 지원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위급 상황 시 복잡한 심사 절차를 건너뛰고 일단 돕고 보는 ‘선지원-후조사’ 방식의 도입은 절망의 끝에 서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생명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결국 성패는 ‘현장에서 얼마나 촘촘하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그동안 칸막이 행정과 정보 공백에 막혀 무용지물이 되는 시책을 숱하게 보아왔다. 이번 울주 사건에서도 학교의 신고가 있었지만, 지자체와의 정보 공유 지연과 당사자의 거부로 인해 비극을 막지 못했다. 울산시의 ‘통합 대응체계’가 단순히 보고 라인을 합치는 수준을 넘어, 부처 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울산형 이웃돌봄지기’와 ‘24시간 신고 창구’를 운영하겠다는 것도 실효성이 있어 보인다. 이웃돌봄지기들에게 상담기법과 자살 위험 신호 판별 능력 등 전문성을 충분히 높여주길 바란다. 다만, 이들이 현장에서 ‘거부하는 가구’를 만났을 때, 단순한 권고를 넘어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권한과 매뉴얼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신고 접수 즉시 현장 출동과 상담이 이뤄지는 ‘기동성’ 확보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울산시는 제도 시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소한 문제점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살펴 ‘단 한 가구도 놓치지 않는’ 철저함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대책이 소중한 생명을 잃고 얻은 뼈아픈 교훈인 만큼, 모든 역량을 집중해 다시는 지역에서 가난과 고립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이웃이 없도록 ‘철벽 안전망’을 구축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대한민국 복지 모델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