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태화강 국제마라톤대회] 우승자 인터뷰
2026-03-29 윤병집 기자
“나 자신을 알면 러닝도 더 쉽고, 건강하게 뛸 수 있습니다.”
최근 2년 연속 5km 1위를 차지했던 신정식(48) 씨가 올해는 풀코스 우승 소감을 전하게 됐다. 장거리 코스를 뛰기 전 몸을 만드는 기간을 길게 가져가면서 보통 봄 초입 대회에는 짧은 코스를 신청해온 그였지만, 올해는 몸이 빨리 만들어져 풀코스를 신청했다고 한다.
그는 울산에서 러닝클래스인 RTS(Running to the Sky)를 운영하는 강사이자 36년차 러너로, 많은 러너들에게 ‘부상없고 안전한 달리기’를 전도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신정식 씨는 “이번 대회에서는 페이스를 늦춰서 며칠 전에 뛰었던 대회 기록보다 10분 늦게 들어왔다. 코스가 강변이라 강바람이 세게 불고, 기온이 높아서 부상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라며 “스스로 몸 상태를 체크하고, 주변의 상황을 잘 인지하고 뛰면 부상의 위험이 현저히 줄어든다. 많은 러너분들이 이 부분을 잘 생각하고 뛰면 더 쉽고 건강하게 오래 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건강을 위해 취미로 시작한 게 대회 우승까지 하게 됐네요.”
경험은 적지만 꾸준한 훈련과 인내심으로 첫 풀코스 마라톤 우승을 차지한 임태현(59) 씨. 그는 약 7년 전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풀코스는 5~6차례 완주한 비교적 ‘초짜 마라토너’였다. 풀코스에서는 오버페이스로 완주에 실패한 경험도 있을 정도.
하지만 꾸준한 훈련과 인내심으로 이번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컨디션도 기록도 자신의 평균 기록보다 떨어졌지만, 코스 후반부 난이도와 경기 상황 속에서 안정적으로 뛴 것이 우승으로 이어졌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마라톤은 이제는 하나의 일상이 됐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집안일을 한 뒤에도 틈을 내 6㎞ 이상 달린다. 식단도 단백질 위주로 몸 상태에 맞게 챙기고 있다”라며 “그 덕에 지금은 따로 약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건강이 좋아졌다. 정신도 전보다 훨씬 맑고 또렷해졌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승은 무엇보다 기쁘고 행복한 경험”이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몸은 멀리 있지만 울산은 여전히 고향 같죠.”
10년 넘게 태화강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해온 김희복(53) 씨. 2년 전 10㎞, 지난해 5㎞ 각각 우승을 했던 ‘우승 경력자’임에도 이 대회 하프 우승은 올해가 처음이라 더 각별하다.
지금은 퇴직 후 거제도에 보금자리를 마련했지만, 20년 넘게 현대중공업에서 직장 생활을 해왔던 김 씨에게 울산은 매년 마라톤 대회 때마다 찾는 고향이다. 함께 뛰는 ‘마라닉TV’ 소속 러너들과도 전국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도 꼭 울산을 찾는 이유다.
그는 “매년 이렇게 따뜻하고 봄꽃과 강변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코스가 전국적으로 많지 않다. 늘 멋진 대회 준비해주시는 운영진에 감사드린다”라며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내와 큰딸, 사위, 사돈어른과 함께 뛰었는데, 워낙 예매가 어려워서 올해는 저랑 아내만 뛰었다. 대회의 인기가 많은 만큼 규모랑 참가자를 더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첫 하프 우승이라 기억에 더 남을 것 같아요.”
하프코스 첫 출전 만에 우승을 차지한 전은정(49) 씨는 스스로도 놀란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대구에서 온 전 씨는 평소 10㎞ 코스에서 3~4위를 기록했고, 연습을 위해 첫 출전한 하프에서 대회 우승을 할 것이라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 심지어 이날 허리 부상을 달고 뛴 거라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그는 “허리 부상이 있어 좋은 기록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로 상태가 좋아 생각보다 잘 뛸 수 있었다”라며 “일상적으로 이어온 훈련이 도움이 된 것 같다. 평소 하루 14~15㎞ 정도를 거의 매일 뛰고, 주 1회 정도 인터벌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승 소감을 묻자 “첫 하프코스 도전에서 우승을 하게 돼 더욱 의미가 크다”라며 “울산에서의 첫 대회라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4남매 키우면서 마라톤 내조까지 해준 아내에게 늘 고맙습니다.”
10㎞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엄승환(39) 씨는 우승 소감을 묻자 자신의 다리에 달라붙은 조그만 아들내미를 번쩍 들어올리면서 답했다.
엄 씨 옆에는 아내와 두 딸, 아들, 그리고 강아지까지 대가족이 진이 치고 있었다. 그는 아내의 내조가 없었다면 대회는 커녕 운동조차 쉽지 않았을 꺼라며 공을 돌렸다.
엄승환 씨는 “3년 정도 마라톤을 했는데, 아이도 많아서 아내가 힘들 텐데 늘 배려를 해줘서 운동을 할 수 있었다”라며 “이번 대회 우승으로 그동안의 내조에 보답할 수 있는 성과인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는 것이란 걸 다시 느꼈습니다.”
10㎞ 우승을 차지한 이한나(44) 씨는 사실 큰 기대 없이 출전했다고 한다. 최근 감기에 걸려 근 일주일 동안 훈련은 커녕 대회 전날까지 잠을 거의 자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이 엉망이었기 때문.
이한나 씨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그냥 10등 안에만 들자란 심정으로 부담 없이 뛰었다”라며 “기록도 평소보다 많이 좋지 않은 편이라 우승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편하게 마음먹은 덕분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과를 통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라고 강조했다.
“항상 저를 위해 기도해주는 부모님, 그리고 하나님께 우승을 바치고 싶다.”
12년 전 2014 태화강국제마라톤 대회에서 하프코스 우승을 차지했던 김정호(42) 씨는 12년 만에 참가한 대회에서 또다른 우승 기록을 만들어냈다.
전도유망한 김 씨의 달리기 인생에 12년의 공백이 있었던 건 예상치 못한 부상 탓이었다. 운동 도중 허리를 크게 다치면서 재활 치료에 전념해야 했다.
김정호 씨는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이 동시에 와 80~90세 노인처럼 허리를 굽힌 채 생활해야 했다. 정말 힘들었던 시기”라며 “항상 기도해주시는 부모님과 늘 다니던 교회의 가르침이 제게 큰 힘이 돼 줬다. 덕분에 이렇게 다시 뛸 수 있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늘 작은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건강하게 뛰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일상처럼 꾸준히 뛰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5㎞ 1위는 ‘디텐딩 챔피언’ 이남경(41) 씨의 몫이었다. 올해로 태화강 마라톤에 세 번째 참가했으며, 2년 전 10㎞ 부문 입상에 이어 지난해와 올해 5㎞ 부문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남경 씨는 “최근 출전한 대회와 비교해서는 아쉬운 기록이었다”라면서도 “일상처럼 꾸준히 뛰면서 운동한 게 우승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