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쟁보다 유통 구조 개선·상생 전략 우선
[용역 중단 울산 제2농수산물도매시장 ‘선택의 시간’] (하) 본질은 유통전략 공백…울산 도매시장 ‘투트랙’ 시험대
2026-04-16 김귀임 기자
일부에서는 농수산물시장 이전 추진 중단 사태가 장기화 되자 차라리 북구를 1시장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백지화까지 다양한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북구 2시장은 추정 사업비가 1,500억원으로 두배 가량 늘었으며, 정작 시장의 본질인 유통 기능과 중도매인 확보 등 명확한 확장 전략은 골격도 잡지 못한 상황이다.
#이전 절차에 놓친 유통 전략...울산 도매시장 거래 규모 ‘한계’
유통 전략 한계는 기존 삼산 농수산물도매시장도 안고 있는 문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광역 중앙도매시장 연간 거래금액(매출)은 2024년 기준 18조원이 넘는다. 울산 인구(약 110만명, 전국인구의 2.1%)를 기준으로 전국 매출을 단순 환산하면 지역에선 3,000억원 이상의 매출(잠재치)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울산은 같은 해 1,840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부산(1조4,000억원), 대구(1조2,260억원), 광주(1조1,700억원) 등 타 광역시 거래금액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뚜렷하다. 이는 ‘광역 중앙도매시장’이라는 명칭과 달리, 울산은 물량을 끌어오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경만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울산연합회장은 “울산 내 대형마트와 백화점, 쇼핑몰은 지역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 물량을 매입해 광역 중앙도매시장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라며 “약 1,500억원 규모의 농수산물이 매년 부산이나 대구에서 유입돼 지역 시장에서 소비되지 않는 구조다.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시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울산은 경매 기능을 담당하는 도매법인 수가 제한적이다. 청과 기준으로 울산원예농협과 중앙청과 단 두 곳에 불과하며, 청과 중도매인 규모 역시 100명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이 1시장인 율리로 먼저 이전되더라도, 물량을 확보하고 유통을 확장할 수 있는 구조 자체는 여전히 해결과제로 남는 상황이다.
#“잇따른 공전 두고만 보나...입지보다 구조 재점검해야”
이에 따라 지역 안팎에서는 연쇄적으로 지연되고 있는 1·2시장 구조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된다. 본점격인 1시장 지연으로 도·소매 융복합 거점 성격인 2시장을 미뤄둘 것이 아니라, ‘상생 전략’을 위한 집적성·연계 인프라 조성을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제2농수산물도매시장 부지의 경우 시는 북구로부터 6곳의 후보지를 추천받았으나, 약수지구 등 ‘유력 후보지’만 거론될 뿐 아직도 미확정 단계다.
도수관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삼산동에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높은 접근성과 시민 집적성 때문이다”라며 “그랬던 시장을 목적이 다르더라도 1시장과 2시장으로 차례로 분산해 놓는다면 오히려 있던 장점까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시설 확충 등 하드웨어가 아닌 유통 구조와 운영 방식 같은 ‘소프트웨어’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2시장 부지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는 진장동을 예로 든다면, 가장 기대가 큰 개발 단지였으나 집적성의 한계로 개발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고, 화봉동 마저도 반경 1㎞ 안에 이미 대형마트가 5곳이나 있다”라며 “상권·집적 여건을 다시 한 번 고려하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정치권과 지역 인사 사이에서는 2시장 북구를 1시장으로 하자는 ‘대체론’부터 현 시정체제 변화에 따른 2시장 ‘백지화’설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대체론은 2029년~2033년 착공 목표인 1시장을 기다리는 것 보다, 2시장을 도매시장 거점으로 먼저 개발해 유통 구조를 안착시키자는 것이 골자다. 백지화설은 북구 2시장 역시 올해 기준 1,500억원 가량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율리 1시장에 초점을 맞춰 강화시키자는 내용이다. 두 가지 의견은 모두 각 시장 ‘우선 개발’에 따른 명확한 장점이 있으나, 전문가들은 좋은 방안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이전 효과를 분석했던 한 연구원은 “1시장은 경남 동부와 양산, 언양이 연결돼 ‘거점형 도매시장’에 적합하다. 또 크게 ‘동부산’, ‘서부산’ 권역으로 나눈 부산처럼 울산도 충분히 권역별 투트랙 전략이 나온다고 본다”라며 “한쪽 체제가 무너지거나, 혹은 압도적으로 우선되는 시장 간 경쟁보다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만드는 것이 전체 시장을 살리는 길”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