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값 뛰자 교량 동판 ‘싹쓸이’…울산도 ‘비상’
중동지역 정세 불안 등으로 구리값이 상승하자 전국을 돌며 교량에 부착된 안내 동판을 훔치는 범죄가 기승하고 있다. 울산에서도 교량 동판이 사라진 유사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관련 범죄 확산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16일 찾은 북구 명촌교를 가로지르는 북부순환도로에 위치한 상방교.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방향 교량 끝에 부착돼 있어야 할 동판 4개가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이 동판에는 다리 이름과 준공일시 등이 표시돼 있었다.
볼 일이 있어 이곳을 지나던 주민 김성열(37)씨도 최근 동판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범죄를 의심했다.
김씨는 “최근 전국적으로 교량에 있는 동판 도난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뉴스를 봤는데 상방교에 모두 떼어져 있는 걸 보고 누가 훔쳐간 것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울산시에서 확인한 결과 교량 동판은 2024~2025년 사이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에도 구릿값 상승으로 경남 등지에서 동판 절도가 잇따랐던 만큼 그 여파로 추정된다.
시는 상방교 동판의 경우 시간이 상당히 경과해 범인 검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별도 경찰 신고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최근 비철 금속 가격 변동성이 심화하며 구리값이 1년새 30% 가까이 오르자 또다시 전국에서 교량 동판이 도난당하는 일이 벌어져 울산에서도 유사 범죄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강원도에서는 교량 동판을 훔쳐 판매한 일당이 검거됐다.
강원 삼척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30대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3월 21일부터 4월 7일까지 전국 교량의 교명판과 교량 설명판 416개를 절취해 고물상에 팔아 2,000여만원의 범죄 수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울산에서는 아직까지 경찰서에 교량 동판 도난 신고 등이 접수된 이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모든 교량을 보호·감독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사실상 예방 계획이 전무한 상황이다.
울산시 교량 총괄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총 1,069개다.
보통 교량 1개당 양방향으로 4개의 동판이 설치되는데 이를 계산하면 전체 수는 어림잡아 4,000개는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동판이 설치되지 않은 교량이 있다고 감안하더라도 수천개에 이를 것으로 보여 전면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사라진 상방교 명판을 구리명판으로 재제작하는 것을 비롯해 향후 신설 교량에 구리 동판을 계속해서 설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시 관계자는 “보통 동판은 구리로 제작되는데, 이를 다시 설치할 경우 재차 도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히 살펴보고 있다”며 “일일이 모든 교량에 CCTV를 설치할 수도 없는 만큼 다른 소재로 대체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