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봉합됐지만…절차·소통·회원 중심 운영 재정비 필요
[이슈진단_울산예총·무용협회 사태가 남긴 과제]
2026-04-21 고은정 기자
2년간 이어진 이번 사태는 지역 문화예술계에 적지 않은 과제를 남겼다. 협회 자격정지와 제명, 법적 대응, 복귀 논의로 이어진 이번 일은 단순한 단체 간 분쟁을 넘어 울산예총과 회원단체 간 관계 설정, 징계 절차의 정당성, 회원단체의 자율성, 내부 소통 구조 등의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안의 직접적인 발단은 2024년 울산예총이 진행한 베트남 해외교류공연이었다. 당시 울산무용협회 A 부회장이 협회장 승인 없이 공연에 참여했고, 무용협회 내부에서 자체 징계 논의가 이뤄졌다. 이후 울산예총은 무용협회의 허위 사실 유포와 회원단체 간 갈등 조장이 있었다고 판단해 ‘2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고, 이후 ‘제명’으로 이어졌다.
지역 문화예술계 안팎에서는 이번 일을 단순한 갈등으로만 보지 않았다. 이전부터 반복돼 온 해외공연 출연진 선정 문제의 연장선이자, 예총과 회원단체 간 구조적 신뢰 위기가 드러난 사건이라는 것이다.
양 단체의 대립은 무용협회 내부 분열과 해오름동맹 공연, 울산예술제 등 지역 대표 행사에서 무용 분야 공백 우려로까지 이어졌다. 이는 특정 단체 간 문제를 넘어 울산예술의 경쟁력과 시민 문화 향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으로 연결됐다.
지역 문화예술계가 촘촘한 협업 구조 위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한 단체를 둘러싼 분쟁이 전체 예술 생태계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된 것이다.
소통 구조와 중재 시스템의 취약성도 과제로 남았다. 초기 단계에서 충분한 협의와 조정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문제가 징계, 재심, 기자회견, 법적 대응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역 예술계에서는 울산의 문화예술을 함께 이끄는 공동체인 만큼, 강경 대응에 앞서 대화와 중재가 먼저 작동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회원 중심 운영의 필요성도 다시 제기된다. 즉 집행부 중심이 아니라 회원 뜻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운영 구조가 필요하다. 김교학 ㈔울산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은 “예술계의 고질적 문제는 민주적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데 있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회원과 함께하는 예술단체가 돼야 하며, 모든 것이 투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역 원로 예술인들도 공동체 의식과 상호 이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진길 울산예총 고문은 “문화예술활동은 장르별로 성격은 다르지만, 목적이나 근본정신은 같다”라며 “울산을 위한다는 자긍심으로 서로 돕고 화합해야 진정한 예술의 꽃이 핀다”라고 말했다. 박종해 울산예총 고문도 “예술가답게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서로의 입장에 서서 역지사지로 이해하는 화합의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울산의 한 예술인은 “울산무용협회의 복귀와 소송 취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울산예총과 단위협회, 집행부와 회원, 장르와 장르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조정할 것인지 제도와 문화를 다시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 동안 울산 문화예술계는 적지 않은 에너지를 내부 문제에 소모했다”며 “이제 그 에너지는 울산 시민을 위한 무대와 창작, 교류와 발전으로 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